아름다운 시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의 시(완)
김창집1
2023. 12. 26. 09:51
♧ 메테오라
엄지손가락 끝에 묻은 밥풀떼기 같이 바위산 끝에 앉은 성 니콜라오스 수도원 끓는 밥물 찾아온 제비꽃!
♧ 이슬람
이 식당들
맛이 없다
아야 소피아,
블루 모스크
옛 사원 근처
술 한 잔 없다
양념하고
한잔하며
종교 없이도
♧ 번갈아
노천 족욕 온천
몇 십 분 해도
갑자기 온 신경통
여전하다
바로 위
히에라 도시국가
귀족들 커다란 목욕탕
만 이천 명
원형경기장
아래
오순도순
마을들
발 담그고
위아래 번갈아 본다
♧ 에게海 1
풍력 발전기 팔랑개비에 날려 유도화 분홍 잎새들 암록색 에게 바다로 떨어지는 유월 오후 에페소로 보낸 그의 편지가 젖는다 애걔, 애걔,
♧ 에게海 2
터키 그리스
주황색
지붕
그 색
올리브 냄새,
토마토 맛
유도화 그늘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도
에게海
곁에도
어딜 가도
그 색으로
누워 있는 개
피 멀리 가버린,
♧ 비둘기 골짜기 옆
파는 구슬 묵주 알
보다
더 푸른
아낙의 눈
깎아 달라니
잠시 짓는
미소
비둘기 솟는다
*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 (서정시학,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