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완)
♧ 같은 울음 다른 이름에 대하여
개굴개굴 울어서 개구리라 했다면
가가가가 울어서 가가비라 했겠죠
뉘더러 가가 하는지 귀 기울여 봤나요
맹꽁맹꽁 운다고 맹꽁이라 했다면
매앵해도 터지지 않는 입 맹마구리라 했겠죠
터질 듯 부풀다 마는 그 속 상상해 봤냐요
♧ 쿨
파종이자 추수는 잡초가 전부였다
품었던 씨오쟁이 풀밭에 풀어놓고
꽃피는 계절 계절을 호미 쥐고 살았다
별꽃은 진쿨
콩버무리꽃은 콩쿨
모시풀은 모시쿨
닭의장풀은 고냉이쿨
개망초 망초는 천상쿨
쇠무릎풀은 ᄆᆞᆯᄆᆞ작쿨
모질게 굴다 봐도 쿨 하게 피는 잡초처럼
쿨 해지는 거 말고는 대책 없는 농부처럼
밥이든 쿨이든 시든 그게 그거라는 시인처럼
♧ 귀순 삐라 고장섶 삐라
살려 주켄 삐라 ᄒᆞ난
산에서 ᄂᆞ려왔주기
이모니,
삐라가 무싱 건줄 알암수과?
고장섶 삐듯 종이텁 삐난 삐라주기
ᄑᆞ
뜰
ᄑᆞ
뜰
ᄒᆞᆫ구뚜루 심어당 주정공장에 갇혀둠서
바당더레
육지 형무소더레
끄성가멍
ᄆᆞᆫ… 삐연
산목련 봄이면 봄마다
소지소지 뿌리네
♧ 꼬꼬댁 꼬꼬댁 꼬꼬정책
열 달 품은 널 낳고 날아갈 듯 헉삭했다
젖살 올라 안아들면 무거워서 지꺼졌고
키우랴 맞벌이하랴 저르어시 살면서도
ᄒᆞᆷ세ᄒᆞ는 널 안으면 지친 뼈가 사르르 녹아
언제 커서 학교 가나 기다린 시간도 잠시
중간 기말 중간 기말 연합 모의, 수능에
줄 세운 숫자 따라 을큰ᄒᆞ당 지꺼지당
그놈의 공부가 뭔지 선선도 ᄒᆞ다마다
누가 감히 말하나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꽉 막힌 밥벌이 앞에 이른 철이 들어
미개인 소리 들으며 낳은
닭띠 셋째야 미안해
♧ 눈빛 바코드
한라산 천백도로 폭설이 그린 바코드
눈빛들을 찍는다 적외선이 읽힌다
사냥꾼 사농바치는 잠시 품절입니다
전설의 사냥개 늬눈이반둥겡이 단종입니다
사슴 지달이 삵, 재고 잡히지 않습니다
꿩 노루는 상설 이벤트용입니다
들개 멧돼지는 남은 수량한정 원플러스 원
눈 위에 찍힌 환호성 한도초과입니다
*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 (한그루,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