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산림문학' 2023년 겨울호의 시(2)
[산림문학이 만난 문인] (2)
♧ 안개속의 나무들 - 김내식
늘 바라보는 평범한 산이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철
구름에 반쯤 가려졌을 때
신비롭게 보여 진다
대수롭지 않은 민들레도
달밤에 한 번 바라보라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다운지
사랑도 이것이다
너무나 가까우면
멀어지고 싶은 것은
상대의 그늘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끼리
마주서서 바라볼 때
더욱 사랑스럽다
가까울수록 조금씩은
적당한 간격으로
몽롱하게 바라보자
우뚝 선 나무들의 혼과 혼은
출렁이는 생각의 바람결에
서로를 그리워한다
♧ 산자락 돌배꽃이 홀로 핀 봄밤 - 김내식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돌배나무가 살아남아
하얗게 꽃 피워 달밤에 웃는 뜻은
하늘에 대한 감사의 표시
수술이 밖으로 멀리 나와
바람에 손 모우며 기도한다
꽃이 하르르 떨어진다고
조금도 아쉬워 말라
꽃 진 자리 새잎 돋고
작은 열매 대롱이며 까르르 웃고
이렇듯 세상은 모두가
스스로 아름다운데
그대는 무엇이 불안하여
이 좋은 봄밤에 뒤척이는가
♧ 산에서 신비를 본다 – 김귀녀
나무를 키우고
갖가지 꽃을 낳고 바람이 꽃대를 비비며
가꾸어내는 산
새가 난다
깊은 계곡
썩어가는 도랑의 풀숲에서도 앵초가
싹트고 있었다
♧ 겨울나무 - 김귀녀
석양을 등지고 나무가 서 있다
수피가 국수 가락처럼 갈라져있다
삶의 무게 이기지 못해
밤새 뒤척인 푸석한 얼굴
끙 웅크린다
나는 나무가 익숙하다
바람의 경계마다 가지를 흔드는 나무
순한 이파리를 감싸던 나무
슬픔 끝까지 참아내는 옹이진 몸
꽃샘추위 지나면
말씀처럼 들리는 평화로운 봄
눈물이 왜 따뜻한지
나는 운명처럼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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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산림문학상 수상작
*사)한국산림문학회 간 『산림문학』 2023년 겨울호(통권52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