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계간 '산림문학' 2023년 겨울호의 시(2)

김창집1 2024. 1. 8. 00:02

 

 

       [산림문학이 만난 문인] (2)

 

 

안개속의 나무들 - 김내식

 

 

늘 바라보는 평범한 산이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철

구름에 반쯤 가려졌을 때

신비롭게 보여 진다

 

대수롭지 않은 민들레도

달밤에 한 번 바라보라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다운지

사랑도 이것이다

 

너무나 가까우면

멀어지고 싶은 것은

상대의 그늘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끼리

마주서서 바라볼 때

더욱 사랑스럽다

 

가까울수록 조금씩은

적당한 간격으로

몽롱하게 바라보자

우뚝 선 나무들의 혼과 혼은

출렁이는 생각의 바람결에

서로를 그리워한다

 

 

 

 

산자락 돌배꽃이 홀로 핀 봄밤 - 김내식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돌배나무가 살아남아

 

하얗게 꽃 피워 달밤에 웃는 뜻은

하늘에 대한 감사의 표시

 

수술이 밖으로 멀리 나와

바람에 손 모우며 기도한다

 

꽃이 하르르 떨어진다고

조금도 아쉬워 말라

 

꽃 진 자리 새잎 돋고

작은 열매 대롱이며 까르르 웃고

 

이렇듯 세상은 모두가

스스로 아름다운데

 

그대는 무엇이 불안하여

이 좋은 봄밤에 뒤척이는가

 

 

 

 

산에서 신비를 본다 김귀녀

 

 

나무를 키우고

갖가지 꽃을 낳고 바람이 꽃대를 비비며

가꾸어내는 산

 

새가 난다

 

깊은 계곡

썩어가는 도랑의 풀숲에서도 앵초가

싹트고 있었다

 

 

 

 

겨울나무 - 김귀녀

 

 

석양을 등지고 나무가 서 있다

수피가 국수 가락처럼 갈라져있다

 

삶의 무게 이기지 못해

밤새 뒤척인 푸석한 얼굴

끙 웅크린다

 

나는 나무가 익숙하다

바람의 경계마다 가지를 흔드는 나무

 

순한 이파리를 감싸던 나무

슬픔 끝까지 참아내는 옹이진 몸

 

꽃샘추위 지나면

말씀처럼 들리는 평화로운 봄

 

눈물이 왜 따뜻한지

나는 운명처럼 묻지 않는다

 

---

*6회 산림문학상 수상작

 

 

              *)한국산림문학회 간 산림문학2023년 겨울호(통권5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