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애월문학' 2023년 제14호의 시(4)

김창집1 2024. 1. 30. 01:55

 

 

구름처럼 물처럼 양태영

 

 

세월은 지나간다

구름처럼

 

바다로 흘러가는

물처럼

 

모든 것은 지나가야 한다

 

둑이 있으면 메워서

강이 있으면 채워서

흐르는 물처럼

구름이 흘러가는 곳

마음이 머무르는 곳

 

낭만이 있는 정원도

잠시 머물러 있는 세상

모래 위에 보이는

신기루의 성인 걸

 

바람 불면 아픈 가슴

돌아보니 무심한 세월

구름 보며 멈춰선 곳

바다 위에 돛단배

 

구름 가면 나도 가고

세월 가면 너도 간다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만 간다

 

 

 

 

과녁 이철수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직장 상사와 부하의 과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다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면

과녁이 향하는 풍경도 달라진다

달라지는 과녁 맞히기 위해선

올바른 화살을 날려야 한다

 

화살을 날릴 과녁을 찾는 건

숙제와 같은 삶의 문제이다

어디로 화살을 날릴지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가난하고 초라한 생일일지라도

질문 날릴 과녁이 있다면

당당하게 날아가 박힐 수 있다

낭만이 미소 짓고 손짓할지니

세상에 놓여 있는 나만의 과녁

제대로 맞히기 위해

질문을 찾고 또 찾아라

 

 

 

 

임애월

 

 

곧은 나무

굽은 나무

꽃나무

가시나무

 

잘 생긴 바위

볼품없는 작은 돌

향기 짙은 풀꽃

배배 꼬인 기생덩굴까지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그들이 만들어낸

평화로운 공존

 

 

 

 

[동시] 가을 숲속의 과자 장승련

 

 

가을날

숲 속을 걸어가면

 

바스락바스락

과자 먹는 소리

 

숲속 나무들도

간식으로 과자를 먹나 보다

 

잎을 틔워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느라

배고팠나 보다

 

잠시 쉬며 힘을 내어

겨울채비를 해야지

얼른 간식을 먹으렴.

 

 

 

 

[시조] 돌문화공원 감나무 - 강상돈

 

 

억새도 쉬어가는 돌문화공원 입구에

따지 않는 풋감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저마다 똬리를 틀며 별자리도 만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면벽의 수행만큼

별빛으로 새긴 무늬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길 잃은 별똥별 하나 은하계를 떠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날의 눈꽃처럼

굽어든 비탈길에 고요만이 내려앉고

쓸쓸한 이력서 한 장 가슴 가득 품고 있다

 

 

                *애월문학회 간 涯月文學2023년 통권 제14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