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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에겐 추석이 남아 있어요

김창집1 2023. 9. 29. 00:43

 

 

영영 하나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사람들

아시안 게임 메달 앞에선 하나가 될까요?

 

그것만 해도 어디냐고 하는데,

옛날 같진 못해도 추석이 오늘 남았네요.

 

요즘 남의 권리는 생각 않고 내 권리만 주장하더니

학교마저 붕괴되어가는 세태(世態)가 걱정이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던 이웃사촌

결혼하는 거, 아이 낳는 거 마음대로라 하는 세상에

어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이 통할까요?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던 사람들은

이전투구에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획책하며,

고물가에 다 찌그러진 민생은 내 팽개치고

헤게모니 쟁탈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이야 죽이 되든 말든

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조용히 되새겨보며,

이웃을 보살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 洪海里

 

 

차서 기울고

기울었다 다시 차면서

그대가

삶의 문턱을 넘어서기까지

천년도 더 걸렸다

치렁한 치맛자락

물 머금은 저고리 안섶

하늘하늘 하늘로

날아오르는

날개옷 스치는 소리

은분을 발라 치장한, 그대의

환한 얼굴

발그레한 볼

연연한 그리움으로

가슴에 금물이 드는

이 지상에서 그대를 본다

달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 풍경 - (宵火)고은영

 

 

플라타너스 나무는 살아 있는 내내

몇 천 번의 수피를 벗을까

나이만큼 벗어내는 걸까

높아진 담청색 하늘에 구름 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만월의 밤이면 소곤거림에

점점 무르익어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임을 아는 자연의 소리

고통을 지나온 걸음은

비로소 행복에 근접하는 것이다

 

거기 말할 수 없는 진실로 엎딘 풍경도

마지막 고단한 열매를 달고 고열로 헉헉거리다

한가위 보름달에 그리움을 풀어내며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종을 울릴 것이다

 

 

 

 

또 한 번의 가을 - 박인걸

 

 

한가위 들녘에는

못다 핀 꽃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쑥부쟁이 용담초 산국 꽃 향유 투구꽃

찬바람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음을

예리한 촉으로 알아차려서다.

그래선지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아래 유난히 애잔하다.

이제 곧 나뭇잎마저 붉은 꽃이 되면

지나치게 익어가는 나는

작년 보다 더 여윈 뺨에 서럽고

시월 찬 서리 무참히 짓밟을 때면

그 곱던 흰 국화마저 스러지면 어쩌나

!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늦게 핀 꽃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지랑이 붉은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리라는 나의 꿈은

바람에 가물거리는 등잔불이 되겠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오늘은 더더욱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