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제주작가' 2023년 겨울호의 시(5)

김창집1 2024. 2. 8. 00:57

 

 

그 여자의 정원 2 김영숙

 

 

  신산 난산 온평리에 새의 정원 만든대요

 

  지미봉 알오름 은월 대왕 대수산, 낭끼 후곡 유건에, 나시리 모구리 통오름, 독자봉 다 날리고 저어새 흑두루미 청머리오리 큰기러기 물수리 매 노랑부리저어새 이들 항로 지우고

  백오십만 평 당신의 정원에 아스팔트 깐다네요

 

  깡통새 나는 성산포 당신의 꿈이었나요

 

 

 

 

요트를 타다 - 오영호

 

 

낭만 짊어지고 대포항을 빠져나가자

따라온 해조음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요트는 너울의 등을 타고 시소 되어 춤추네

 

흔들리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만

앞으로 쏠리다가 뒤로 넘어질 때마다

갑판을 때리는 아우성 파래지는 내 얼굴

 

귀항의 키를 잡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럽도록 아름다운 주상절리 앞에 닿자

투명한 푸른 바다 위로 웃음꽃이 만발하네

 

 

 

 

그녀의 종결어미 이애자

 

 

깰 만하면 마시고

깰 만하면 마시고

 

사위 눈치 며느리 눈치

오갈 데 없는 날엔

 

웬수도 그런 웬수가

푸대도 그런 푸대가

 

사네 마네 그쯤에서

침 탁 뱉고 돌아설 걸

 

징글징글 수십 년

각서고 나발이고

 

질겨도 그렇게 질긴

술푸대를 끼고 산다

 

 

 

 

반전(反轉) - 장영춘

 

 

꽃이 졌다고 밀어둔 연못 위로

 

새벽이슬 밝으며 피워 올린 어리연꽃

 

희망은 포기했을 때 반전은 시작됐다

 

 

 

 

휴면 계좌 조한일

 

 

1.

인터넷 뱅킹 하던 중에

계좌 서넛 찾았다

 

오랫동안 잠자는

다해야 2, 3만원

 

이자도 한 푼 안 붙는

숨겨진 동결 자산

 

 

2.

한 번 읽고 덮으면

엔간한 시집들도

 

잠꼬대도 못하는

휴면 시집 되는 판에

 

발간이 끝났다 해서

그리 잠이 오더냐

 

 

 

 

질경이 - 한희정

 

 

잡초로 살았어도 이름값은 하며 산다

 

분수껏 산다지만 희망은 늘 꿈틀거려,

 

대물린 간절함이야 함부로 밟지 마라

 

 

 

        *제주작가회의 간 제주작가2023년 겨울호(통권제8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