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혜향문학' 2023 하반기호의 시(4)

김창집1 2024. 2. 9. 00:06

 

 

나무아미타불 - 김성주

 

 

화장장 굴뚝 뚫고

 

불새 날아간다

 

땅이 사라진다

해가 사라진다

달이 사라진다

별이 사라진다

 

 

 

 

해안동 1 - 김승범

 

 

이싱이 동동 섯동

광고모를, 성동산

잃어버린 밭고지에

씨앗 뿌려 놓으면

내년엔 봄 올까

푸성귀는 너울 너울

싱싱한 잎사귀에

새싹 나불나불 돋아

햇볕에 날개깃 춤춘다

망태 담아 어깨 메고

그리움을 찾는 동네

윗담 아랫담 노루목에

애틋한 가슴 품어주는

너른지 푸성귀 풍성하다

 

 

 

 

산행법회에 동행하며 김용길

 

 

산에서 부처님 법문을 듣습니다

몇 천만년 묵언수행의 산을 향해

때 묻은 마음 내려놓고

숲속 흔드는 바람소리 듣습니다

 

황소 같은 바위에 앉아

두 손 모두우고

먼 산봉우리에 걸리는 구름발

헤아려 봅니다

무량한 볕살을 받으며 흘러가는

구름들

살아온 생애의 기억을 띄워봅니다

버리고 버려도

채워지는 사념들

흘러가버리면 그만인 것을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부처님 발끝 따라

산행길 돌아옵니다

 

 

 

 

동백꽃 사연 김철선

 

 

한라산

눈 내리고 서걱서걱 찬바람 꽃 속을

파고들면 동박새 가만 귀 기울고 꽃의

이야기 듣는다

 

이어도 가시며 석 달 열흘 온다던 임

행여 꽃바람은 아닌지

동지섣달

날밤 헤아리다 베갯머리 적셨다

오늘처럼 한라산에 눈 내리고

저 바다 울음 젖다 울렁이면

가슴에 안긴 바람 방울방울 붉은 자욱

옷깃에 아롱지고

어머니, 아버지

어떤 날에 나를 나서팔자 노래하며

싸락눈 내리는 날

언덕배기 아홉 이랑 김을 매며

꽃노을 수평선 바라보다

세상 저편으로 눈비에 길 떠난 후

삼생(三生)의 인연으로 핏빛 그리움

꽃으로 피어났다

 

 

 

 

탐진치10 윤봉택

    -반사흘(飯食訖)

 

 

내도 아닌

네도 아닌

처음

그날,

 

우리 모두는

 

세상의 빛이었다.

 

찰나조차 숨비소리 없는

항성의 빛으로

멀리 떨어진 게 아니야

네 안에 내가 있어

우리는 서로 볼 수가 없는 거야

보이는 것은, 흔들림 뿐

 

무명無明

무명 아님도 아니닛고

늙음도

늙음 아니도 아닌, 그날에

토끼 뿔을 찾는

천체 망원경, 뚜껑 닫힌 줄도 몰라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2023/ 하반기호(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