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젊은시조문학회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의 시조(3)

김창집1 2024. 2. 13. 01:03

 

 

두 직 반 신해정

 

 

두 숟갈 반으로 밥 한 공기 끝내놓고

노래인 듯 빨리빨리밥알들을 튕겨가며

두세 배 일한 대가가 머리맡에 쌓인 약들

 

죽마저도 못 넘기며 병마와 싸우시는

불면의 암 투병도 두 직 반에 끝났으면

아버지 아침 밥상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중섭의 '까마귀'

 

 

기다림에 갇혔다 조희

 

 

차창을 때리는 설익은 눈 그런 날엔

그런 날엔 가슴 녹여줄 그 사람이 생각난다

토종닭 교래 일번지 좌회전을 깜빡이고

 

전깃줄을 꽉 메운 까마귀가 까맣다

유니폼 그대로 입고 잠시 쉬는 중인지

지금은 블레이크 타임 기다림에 갇혔다

 

 

 

 

시린맘 최은숙

 

 

구름이 많은 건 할 말이 많다는 건가?

하늘이 빨간 건 생채기가 터진 걸까?

저녁놀 그리운 단어들이 능선 위에 쌓이고

 

부모와 자식 사이 사랑과 원망 사이

얼굴 푹 숙이고 죄인 아닌 죄인이 되는

아직도 올레길에는 코흘리개 아들이 있다

 

 

 

 

광해 적거지에서 강영미

 

 

가시로 울타리를 쳐도

가두지 못한 바다가 있네

 

손으로 두 눈을 가려도

푸르게 서는 하늘이 있네

 

무너져 나를 만나는

바람 성이

여기 있네

 

 

 

 

할머니의 믹스커피 고혜영

 

 

지나던 길 여행자에 건네주던 믹스커피

고생 햄신 게, 커피 한 잔 해드릴까?”

할머니 따스한 인정이 내 마음에 물들어

 

아라동 금산공원 햇살 품은 담쟁이

곱게 드는 단풍엔 고운 삶 있었구나

붉으락 노르락하는 내 본색도 있었구나

 

 

         *젊은시조문학회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2023, 9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