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젊은시조문학회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의 시(4)

김창집1 2024. 2. 26. 00:02

 

 

[특집] 너를 읽고 싶다 김정숙 편

 

 

공약

 

 

사람답게 사는 법 펼쳐 보이겠다며

인가 근처 터 잡은 신출내기 뻐꾸기가

막 익은 보리밭 향해

떡국

떡국

외친다

 

 

 

 

직진형 알몸뚱이로

 

 

전생에 우리는 어쩜 자매였을 거야

지렁이 굼벵이 달팽이 그리고 숙이

귀 익은 돌림자 이름 여태 함께 쓰면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모습

가을볕 푸짐한 텃밭 얼갈이 옆에 모여

생생한 오체투지로 수다 늘어 놓는다

 

땅속이나 밖이나 산다는 건 똑같구나

젖은 데 마른 데 가려낼 틈도 없이

직진형 알몸뚱이를 앞으로만 굴리는

 

 

 

 

그리움이거나 그을음이거나

 

 

나무는 그리움을 그을음이라 쓴다지만

때 되면 초록을 갈아입던 날들을 두고

그리움 먹먹 다져놓은 먹이 될 줄 알았을까

 

같은 하늘 아래 누웠겠다 피었겠다

여름 지는 하늘가에 그려보는 얼굴이

섬 속에 섬으로 와서 먹물을 쏟아놓고

 

붉을 수만 없는 노을이 애틋하게 잦아드네

먹구름 휘저어 놓은 송악산 둘레길에

내 친구 내리사랑이 오늘 따라 진하네

 

 

 

 

밤하늘

 

 

깜깜할 땐 하늘을 본다

깜깜한 눈을 뜨고

 

깜깜한 세상에

촘촘히 박힌 저 눈빛

 

저마다

조금씩 다른

별 별 별이

곱다

 

 

 

            *젊은시조문학회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통권 제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