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우리詩' 2월호의 시(4)
♧ 갠지스 - 이중동
물의 영혼이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다
헐벗은 발이 강가를 향해 간다
관도 없는 몸뚱이가 몇 겹의 천에 쌓여
호명 없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간다
평생을 릭샤꾼으로 연명한 그의 고요가
남의 어깨를 빌려 호사를 부리며 간다
한 끼 목구멍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그의 맨발이 50루피 지전처럼 하얗다
이승의 업보를 씻으러 뚜벅뚜벅 강으로 간다
끓어오르던 한 덩이의 욕망이
흰 연기로 피어오른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장작더미에 묻는다
전생도 이처럼 뜨거웠는지
멀리서 북소리가 울린다
제사장의 주문이 하늘로 퍼져나간다
들러붙은 가난의 냄새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산발한 흰 재가 강물 위로 내려앉는다
멀리 떠나온 행자의 두 눈이 몽롱하다
강물은 행자의 번뇌마저 감싸 안는다
내 보폭은 여전히 직각이다
꺾이지 않는 보폭은 업보다
잠수는 또 다른 숨의 연장이다
♧ 잘난 서열 - 이화인
술집에 가면
말이 없고 술값 낸 놈은 된 놈이다
말은 많아도 술값 낸 놈은 싹수 있는 놈
말도 없고 술값도 안 내는 놈은 치사한 놈
말도 많고 술값도 내지 않는 놈은
상종 못 할 개 쌍놈이다.
♧ 개똥벌레 - 송준규
그까짓 이름이야
반딧불이든
개똥벌레든
뭐 그리 대수던가요
피바람
몰아치던 그날 밤*
물동이에 핏덩이 숨겨 이고
내달린 천리 길
가시밭 헤치고 미역바위 넘나드는
명로冥路보다 험난한 길
구만리 짚신골에 숨어살며
거북등처럼 부르튼 손발로 아슬아슬
황보 씨네 끈 이어 내렸지요
오늘도 광남서원** 추원단 담장 밑에
외따로 쭈그려 앉아
풍찬노숙
여태껏 도련님 홀로 모시고
개똥불 깜빡여 밤하늘 뭇별과 대적하는
충비단량지비忠婢丹良之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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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유정난(1453)
**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 성동리에 위치한 서원, 황보 인 선생을 배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