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2023년 겨울호의 시(9)

김창집1 2024. 3. 24. 00:54

 

 

창가에서 김항신

 

 

1

앙상한 감나무 사이 대순이가

꺼이꺼이 흐느낀다

바람이 때리고 바람은

비를 때리니 곱빼기로 얻어

터지는 저 모양새

 

하늘이 노랜 게 아니라

먹빛이 세상을 할퀸다

 

여름이다가

가을이다가

 

이제 곧 닥칠 시림에

봄은 있으려나

 

2

그 시로움은 라는

곳으로 시선을 모은다

오랜만에 그 창작의 근원

여기서 발생 오늘, 모처럼

가을 시()로움에 젖어

 

 

 

 

He Story 4. 전태일 양동림

 

 

당신은 부지깽이었죠

젖은 장작더미처럼 불붙지 못해

연기만 피어오를 때

당신은

과감하게 불구덩이 속을 뛰어들었죠

제 몸이 타들어가는 줄 알면서도

이리 누비고

저리 누벼

노동권리의 불길을 활활 타오르게 하셨죠

그러다 결국 당신은

스스로 불꽃으로 타올랐죠

하얀 연기 따라 영혼이 올라가고

남아 있던 재마저 바람에 흩날려

흔적조차 없어졌지만

전설처럼 모두의 마음속에 남았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헛되이 말라!

 

 

*산남(서귀포)에서 본 한라산

 

 

오늘은 섬머리에서 현택훈

 

 

노형, 조수, 인성, 서홍, 남원에선

지넹이라 부르고,

수산, 김녕, 명월에선

주넹이라 부르고,

오름 넘으면

지낭이라고도 부르네.

대천바당처럼 넓은 섬이네.

한라산 넘는 일은

해진밧 검질 매는 일,

가물개에선 비오더니

상모르에 이르니 하늘이 번찍,

산북에선 보말이라 부르고,

산남에선 고메기라 부르네.

사름 안중 짐작 못 하지만

먼올레 들어서면 모두 벗이네.

 

청명한 날 우산 들고

성안 다니는 사름은

서귀포 사름일 테고…….

 

 

                           *계간 제주작가 2023년 겨울(통권제83)에서

 

 

*산북(제주시)에서 본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