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한수풀문학' 2023호의 시(7)

김창집1 2024. 3. 25. 00:07

 

 

갈대의 향연 - 차영옥

 

 

갈색의 빛을 뿜고 있는 그대는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며

누구에게나 마음을 준다

 

시나브로 가을을 사랑한 그대는

갈대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휘파람 노래를 선사하고

 

나도 모르게

그렁그렁 맺혀 버린 눈물

흐려진 시야 속

배경처럼 깔린 갈대

시린 가슴 녹여준다

 

 

              [지역문학과 교류 : 애월문학회]

 

 

 

수학여행 김동인

 

 

초로의 젊은이들이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청정하고 고운 가을 하늘 아래 3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떠났다.

졸업 48주년을 추억하는 여행이다.

서울에서 11명과 제주에서 30명이 경주에 모였다.

재학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신경주역의 한 모텔에서 2박 하면서

50년의 우정을 되새긴다.

첨성대,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대릉원, 황리단길, 보문단지, 구룡포, 호미곶...

한 친구는 자전거 두 바퀴에 몸을 싣고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횡단했다.

이제 한 코스만 넘으면 북위 40도의 위도 선상으로 세계 일주한다.

또 한 친구는 세계 55개국을 여행했다.

여행 전날도 네팔 여행에서 귀국해 여행에 동참했다.

도전정신과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참가한 모든 친구가 같이 웃어주고 공감하며 환호해서 유쾌하다.

졸업 50주년이 다 되어 가는데 고등학생이다.

화기애애하고 힘차다. 노래와 춤이 만남을 빛낸다.

산 넘고 물 맑은......”

 

 

 

 

오름에서 울음을 캐다 - 김성주

 

 

마음이 토란잎에 구르는 물방울일 때

상여 오르는 고갯길

패랭이꽃 벗 삼아 가다보면

어느새 오름에 올라

포근해서 슬픈 젖무덤에 안기네

 

들꽃향기며 나비의 춤사위며

허공의 새소리도 새소리지만

언제나 나의 갈증은

바위틈 샘물을 찾는 것이네

 

꽃 진 자리를 어슬렁거리며 귀기울이면

들려,

또렷이 들려

저기,

바위 밑

샘물소리

 

, 오름은

어둠 깊이 눈물을 묻어 놓는 걸까

 

마음이 흔들리는 빈 대궁일 때

먼 마실 간 어머니, 마중으로

오름을 오르는 것이네

 

젖을 물고 싶은 날이네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2023, 통권 제1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