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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 목백합 낙엽 – 김정원

김창집1 2023. 9. 12. 15:13

 

 

목백합 낙엽 김정원

 

 

집으로 오가는 길에

뙤약볕이 엿볼 틈조차 없도록 무성한

튤립나무라고 하는 목백합

 

아름드리 그늘에 들어 한눈파는데

때 아닌 단풍잎이 길바닥에 떨어진다

 

높고 먼 곳에서 달갑지 않게 온

그 누런 주검을 손에 들고

삼가 머리 숙여 들여다보니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홍시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땡감도 떨어진다는

교회와 절에서 듣던 구태의연한 말이

왜 이렇게 참신한 진리처럼 다가올까?

 

날마다 속이 끓고 시끄러운 세상,

아프고 힘들어도

오늘은 최고의 선물

 

매미는 한시가 아까워서

밤낮으로

그 허벅진 선물을 낭자하게 노래한다

 

 

* 월간 우리20239월호(통권 4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