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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 목백합 낙엽 – 김정원
김창집1
2023. 9. 12. 15:13
♧ 목백합 낙엽 – 김정원
집으로 오가는 길에
뙤약볕이 엿볼 틈조차 없도록 무성한
튤립나무라고 하는 목백합
아름드리 그늘에 들어 한눈파는데
때 아닌 단풍잎이 길바닥에 떨어진다
높고 먼 곳에서 달갑지 않게 온
그 누런 주검을 손에 들고
삼가 머리 숙여 들여다보니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홍시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땡감도 떨어진다는
교회와 절에서 듣던 구태의연한 말이
왜 이렇게 참신한 진리처럼 다가올까?
날마다 속이 끓고 시끄러운 세상,
아프고 힘들어도
오늘은 최고의 선물
매미는 한시가 아까워서
밤낮으로
그 허벅진 선물을 낭자하게 노래한다
* 월간 『우리詩』 2023년 9월호(통권 42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