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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학' 가을호의 시조

김창집1 2023. 10. 5. 00:18

 

 

야생화 김수야

 

 

뒤덮인 고요 속에

바람조차 숨이 멎는

한 무더기 그리움

그 숲에 있었네

손길이 닿지 않아도

인연 또한 깊은지

 

가랑비 오기 전에

푸더덕 날으는 새

산자락 물들이네

반가운 안부 같은

넘나든 메아리 따라

터트리는 방울꽃

 

 

 

 

눈빛이 들키는 거리 김수연

 

 

반나절 계곡 길을 더딘 걸음 걷다 보면

산까치 날아올라 흔들리는 구름 사이

주름진 빛살 겹겹이 포개지는 푸름 저 안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끄는 대로

느긋한 발걸음을 떠미는 바람 따라

자잘한 붉은 꽃들이 터질 듯 떨려오고

 

축축한 숲 둘레에 물씬히 젖은 냄새

온몸을 들이미는 벌 나비처럼 보채고

가까이 눈을 맞추고 꼬드김 기다리며

 

 

 

 

콩밭벌 전투 - 김종호

 

 

콩밭을 차지하러 몰려든 잡초군단

빽빽이 들어차서 인해전술 못지않아

곡괭이 움켜쥐고서 수천 합 겨루었다

 

단번에 쓰러지는 쇠비름 졸개들과

목숨줄 질겨빠진 바랭이 상장군도

관우의 청룡언월도 같은 곡괭이에 쓰러졌다

 

그들만 쓰러졌나 아군도 피해 속출

곡괭이 휘두르던 검지에 물집 잡혀

따갑기 한량없지만 남모르게 숨겼다

 

 

 

 

수목장 우형숙

 

 

내 마음의 사다리에

너의 모습

묶어두리

 

그리움의 동아줄은

하늘가에

걸어두고

 

이파리

일렁댈 때면

너를 본 듯 반기리.

 

 

 

 

가을 산에서 전현하

 

 

탄성이 절로 나는 가을 산에 올라보니

계절의 끝자락엔 이별을 예고하고

세월에 입은 내상內傷

옹이로 박혀온다

 

계곡을 넘나드는 천년세월 저 바람이

포개진 능선으로 낙엽을 흩고 갈 때

가지 끝 산새 울음에

눈을 잠시 감아본다

 

세상은 나날이 시끄러워 지는데

지친 몸 이끌고 찾아든 숲 속에서

내일의 고요 속으로

길을 묻고 떠나는

 

 

            *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 간 산림문학2023년 가을호(통권5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