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모과나무에 꽃이 피면

김창집1 2024. 4. 12. 00:09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구 중에

모과나무 심사라는 말이 있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려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씨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듯이

비정형으로 뒤틀린 모과도 향기와 약효는 그만이다.

따끈하고 향긋한 차는 감기에 좋고,

술을 담그면 향기 또한 그윽하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며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다.

봄에 희거나 연붉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며,

가을에 향기롭고 길둥근 모양의 누런 모과가 열린다.

열매는 기침의 약재로 쓰이며,

과수 또는 분재용으로도 재배한다.

 

 

 

 

모과꽃 김승기

 

 

천연두 마마를 앓듯이

겨울을 살아낸 삶

힘 넘치게

푸른 잎 틔우다

새잎마다 비늘 번득이면서

연홍색 꽃을 피우면

내 팔뚝에도 불끈 힘줄이 서다

맑은 영혼으로

햇살마다 실어 올리는 꽃향

덩치 큰 곰보의 얼굴이

오히려 예쁘다

여름 내내 정성으로 키우는 열매

그 달디 단 향이

가을을 듬뿍 적시면

하늘이 깜짝 놀라다

 

누가 너를 못난이라 하느냐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들여다본다는 것

아주 조심스런 일이야

 

 

 

 

8- 김귀녀

 

 

매미소리 때문에

피를 토하는 8

모과나무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나무 밑둥치엔

매미가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한 여름 뙤약볕에

바람이 바스락 남기고 간

매미허물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오지도 않은 내년 여름

미리 염려하며 요동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의 속도도 재지 못한 채

8월 무더위는 지나가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매미소리만 애처롭다

매미 울음은 긴 여운을 남기며

천길 만길 흩어진다

내 생애 다가오지 않을

저 울음소리

 

 

 

 

모과木瓜 - 조남명

 

 

볼품없이 생긴 서러움에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시무룩한 너

꽃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어미 꽃은 모과가

못생겼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맛이 떫다는 죄 하나로

과일 망신 시킨다는 두려움에

차 뒤쪽에, 거실 한켠에 던져진 채

잠든 척 숨을 죽인다

 

살이 굳어 검게 썩어들어도

너는 짙은 향기를 품어준다

마지막까지

 

미련하게 생겼으면 어떠냐

미끄럽게 생긴 것들 다 속 못 차릴 때

 

향기 없는 과일보다 천배 낫지

 

향을 품을 줄 아는

태초에 얼굴보다 향을 택한 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