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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3)

김창집1 2023. 10. 8. 00:55

 

 

제비콩

 

 

우리 외할머니 집

텃밭 돌담 아래

분홍 분홍 분홍 꽃

제비 떼처럼 피었어요

 

할머니 집 처마

집 짓고 살던

제비 가족

 

강남으로 떠나기 전

할머니에게

선물 주고 갔나 봐요

 

분홍 분홍 분홍 콩

맺힐 때 떠났다가

 

동글동글 씨앗

돌담 아래 콕콕 심을 때

다시 돌아올게요

 

외할머니는

돌아오는 봄날만

손꼽아 기다려요

 

 

 

 

왜가리

 

 

무릉 연못 지나칠 때

엄마 기다리는 새 한 마리

 

돌아올 때 보니

안 보여요

 

그 사이

엄마 찾았나 봐요

 

참 다행이에요

 

 

 

 

뚱딴지

 

 

나만 보면

뚱딴지 같은 말만

한다고

치근덕치근덕

 

어느 날

담벽에 돋아난

진한 초록풀

뚱딴지라나

 

그 말 듣고

말도 조심

행동도 조심

 

어느 날

해처럼 달 같은

샛노란 꽃송이

날 닮았다나

 

 

 

 

이름 바꾸기

 

 

중대가리나무는

언제나

입이 삐죽삐죽

 

왜 내 이름은 이럴까

 

백일홍

산수국

옥잠화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중대가리가 뭐야

 

잎사귀도 초록

꽃도 동글동글

 

눈도 반짝반짝

마음도

순한데 말야

 

중대가리나무

꿈속으로

 

또르르 굴러온

이름

 

알알이

구슬꽃나무

 

 

 

 

자연 체험장

 

 

논술방 체험장엔

갖가지 식물, 자라, 곤충들이 산다

 

오늘 아침엔

푸른 달개비 위에서

고추잠자리가

휴식 취하러 왔고

 

벌 한 마리가

한참 놀다 갔고

 

여뀌 줄기 사이 사이

개미가 4층 집 지었다

 

풍선덩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벽 너머로 기웃거리고

 

자주달개비가

비 맞고도 활짝 웃는다

 

나도 덩달아 달개비가

되어버린다

 

 

         *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