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3)
♧ ᄆᆞᆷ뼈 해장국
몸과 마음 만나 한몸으로
들어가는 것
시퍼런 바닷속 유영하다
탁 끊긴 하루
너의 곰삭음이 어느 몸속으로
들어갈 때 다시 또
탁발 소리와 함께 사리를 만든다
뼈들의 아침, 천년의 세월 따라 어느
지구에 착지하여 펄펄 날던 몸 뼈들이
뚝- 휘어지는 날 서는 새벽녘, 곰삭듯
젖어 드는 등줄기 신음
뼈들은
다른 생을 위하여 자기를
내어준다
생 앞에 내어주는 육바라밀 화엄,
보시를 한다
죽비소리 마음에 새긴다
♧ 비움의 미학
가볍다는 것은 내려옴이다
가을 연서의 반가움은
가을 벤치에 앉아
마음을 읽는 것
별들의 고향 꿈꾸듯
미지 찾아갔다가
다시
오듯
한잔 술에 가슴 녹이며
지난날 시향에 젖어보는
샤브돈*의 밤거리
가볍다는 것은 그렇게
비움인 것
그냥
무덤덤하게
이렇게 조용히
다음을 위해 여행하듯
마음의 안식과 평온함이
어느 성경 말씀 빌리듯
세상사 맞는 이치의 해석
이젠, 그냥 두렵지 않은
날들이라 여기는 행간에
마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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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남동 식당.
♧ 비자림 콘서트
-동백의 하루
화려한 동백들의 향연
코로나 팬데믹 끼고 우리는 걸었다
얼마 만에 와본 숲이던가
우린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한 곡 한 곡 낭송이 이어지고
팔공 시대, 이루지 못했던
남녀의 사랑이
‘아침 편지’로
촉촉이 가슴 적시던 시절
그 시린 사연이
비자림 숲에서
목멘
울음으로
향연 불러낼 때
우리는
‘사랑이여’를 부른다
약속이나 한 듯
선율은
‘비자림’에 빛을 발한다
영원한 동백의 세레나데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