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4)
김창집1
2024. 6. 17. 02:31
♧ 은방울꽃 – 김신자
할망당 찾아갔다
처음 본 꽃이었네
은방울도 더러 나와
한숨씩 돌아갔네
양손은
빌고 또 빌며
정성들인 그 시간
잘 되게 허여주서, 안 아프게 허여줍서
넋나간 영혼처럼
넋 돌아온 황생처럼
어머니 시린 등허리
끌고 오는 꽃이었네
♧ 패랭이꽃
패랭이를 모자로 한 번도 쓴 적 없네
뙤약볕 내려쬐는 밭일 논일 바닷일
자식들 먹여 살리려 얼굴 타던 아버지
그늘 되는 패랭이꽃 씌워주고 싶었네
새빨개진 그 양볼 가려주고 싶었네
시원한 바람 청하듯 햇살 막고 걷는 꽃
♧ 애기똥풀
풀숲에
슬쩍 숨어
날름날름 피면서
물애기 똥 쌌다고
샛노랗게 알리네
엄마야
기저귀 갈아줘
방긋방긋 알리네
* 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동학시인선122,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