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의 시조(6)
김창집1
2024. 7. 6. 00:19
[유고 동시조집]
♧ 이모와 보름달
그믐인지 초승인지 이모 눈썹 같던 달이
오늘은 한가위라
몰래 많이 먹었나 봐
감나무 가지에 걸린 저 달도 확 쪘네요
♧ 그리운 할머니
오늘은 온 가족이 제사 준비 하는데
온종일 태풍 소식
한라산이 들썩들썩
바다도 와장창 깨진 할머니 거울 같아요
♧ 부엉이 방귀
참나무의 포자가 소나무를 만나면
부엉부엉 부엉이
방귀를 뀐다지요
모양도 부엉이 같은 혹 방귀를 뀐다지요
부엉이가 방귀 뀌면 가을이 온다지요
받아라 이 혹 방귀
늦여름 늦더위야
그 소리 깜짝 놀라서 밤송이도 터져요
♧ 남극노인성
지구의 밤하늘에 두 번째로 밝은 별이
서귀포 밤하늘에 반딧불이 같아요
바람만 살짝 불어도 꺼질 듯 깜빡여요
여름철 전갈자리 슬금슬금 나타나면
새섬과 문섬 사이 꽁지까지 감췄다가
추분날 새벽 다섯 시 초롱초롱 찾아와요
*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 (다층,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