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의 시(6)
♧ 추정
뱃멀미 추자도는
가을 깊어 취한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붙는 액젓 냄새
품에 어머니 체취, 걸러 담은 염분 같아
순순히 은빛 생애
온전한 독립은 없어
물맛도 밥맛도 한 모금 믹스커피도
한데 다 스며들라는 말씀
여기에 와 다시 듣네
♧ 초희楚姬
산정호수 물빛에 얼비치는 그림자
조선의 탑 허물던 그이가 예 있는지
바람에 실리는 파랑 파도 소리 헛듣네
사라오름 한라돌쩌귀 땀에 젖는 초가을
발에 채는 잡풀 더미 마음 앞서 오른 건
한 자락 쳐올린 파도 받아 내린 문장들
에돌아 에돌아가 남김없이 펼쳐놓은
나침반 사람의 자리 눈부셔 글썽이는
홍단풍 오래 번지네 당신의 길이었네
♧ 혼자 가는 숲
하늘에 먹지를 대고 별들을 그러모아
수국수국 마흐니 밝힌 용암 길 이슥히
매일 밤 독학자처럼 나를 세워 걷고 또 걷는
*모네 '양산을 든 여인'
♧ 단란한 가족
언덕배기 산책길 〈양산을 든 여인>*
햇볕 고이 받든 뜨거운 한낮이다
몰려온 솜털구름 위
휘날리는 바람 한 점
저 푸른 광휘는 초록을 짓이기며
다시 오지 않을 한순간을 기록해
이 떨림, 다시 을까요
당신과 아이,
우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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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그림 제목.
*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가히, 2024)에서
*모네 '양산을 든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