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제주시조' 2024 제33호의 시조(1)

김창집1 2024. 11. 23. 00:03

 

 

                               [작고 회원 작품 리뷰]

 

 

돌하르방 - 김공천

 

 

왕방울 눈 세월에 비켜

세상 흐름 지켜보며

 

아픔은 걷어모아

두 주먹에 쥐고 섰나

 

모시는 님은 풍화한 듯

아니 잠시 출타한 듯

 

벙거지 밑 드리운 귀

오만소리 다 듣겠다

 

주먹코는 속속들이

거리 숨결 헤아리나

 

다문 입 절로 버을어

익살 술술 새어날라

 

                -시조집 한라의 바람노래(1986) 중에서

 

 


 

상사화 정태무

 

 

닫았던 창을 열고

빛을 찾은 외로움은

 

뒤늦게 탄을 안고

높이 솟은 그 갈망이

 

초가을

푸른 하늘만

쳐다보고 섰구나

 

이별도 서러운데

회억回憶마저 없으리까

 

상사로 병이 되어

연주황색 여윈 얼굴

 

불그레

그리움 안고

노을빛에 젖고 있네

 

                 -시조집 탐라(1986) 중에서

 

 

 

 

하늘 김영흥

 

 

1

그리움

하도 깊어

갈매빛 타는 호수

 

이 죄인 들어설 문

이 세상에 아직 없다

 

볼수록 두려운 거울

하느님을 찾고 있다

 

2

 

사는 것은 늘 그렇게

별빛으로 잦아들면

 

목을 축인 한 줄의 시

한 캡슐의 쓰디쓴 약

 

지나는 시간의 돛배

내 유언장 실어 보네

 

                  -유고 시집 하늘에서 부르는 출석부(1998)중에서

 

 


 

수평선과 나 이용상

 

 

바다에 다 버렸다

수평선도 탕진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다 가져간 제주바다

 

삼백 년 귀양의 세월

그 안이 다 보인다

 

           -시집 남극성 별자리(2020) 중에서

 

 

 

 

수선화 고응삼

 

 

한 점 씩 돋운 기쁨

안으로만 모은 정성

 

끝 간 데 모를 하늘을

남몰래 섬긴 끝에

 

드디어

봉긋 봉긋한

신화들이 터지다

 

숨죽인 돌 그늘 위에

남은 방울 터지누나

 

생각하면 시린 나날

견딘 긴 아픔의 길

 

하늘땅

부신 날빛이

둘러 환한 내 노래여

 

                   -제주시조창간호(1989) 중에서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시조2024 3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