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2024 가을호의 시(5)

김창집1 2024. 11. 27. 10:09

 

 

      [특집 : 4.16, 그날을 기억하다]

 

 

통발, 꽃들은 피어 한희정

     -세월호 10주기에 붙여

 

 

통 통 통 뛰고 싶은데

누구도 부르지 않아

 

목을 길게 빼어

하늘에다 기도해요

 

노랗게 뜬 내 얼굴을

엄마는 알 거예요

 

밑창 터진 허공이라

디딜 곳이 없어요

 

다섯 송이 저들끼리

스크럼 짜고 있어요

 

달빛 줄 꼬아 엮으면

단단히 잡을 거에요

 

 


 

봄은 또 덧나 - 홍경희

 

 

설레다 상상하다 저 혼자 헛물켠 봄

기대 없이 꽃은 피고 약속 없이 꽃은 지고

울음은 환한 날에도 수액처럼 차올라

 

아이들 노란 미소 등 뒤로 스쳐갈 때

미안하다 그 말에도 머리채를 잡히듯

중심을 잃어버린 바람 온몸을 훑고 간다

 

누가 투망질로 저 울음을 거둬올까

돋을새김 흉터 에도 트실트실 움튼 싹

허공에 보고 싶단 말 손톱으로 쓰고 있다

 

 

          ※시집 봄날이 어랑어랑 오기는 하나요(걷는사람, 2020) 수록

 

 

                          *계간 제주작가2024 가을호(통권8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