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2024 가을호의 시(5)
김창집1
2024. 11. 27. 10:09
[특집 : 4.16, 그날을 기억하다]
♧ 통발, 꽃들은 피어 – 한희정
-세월호 10주기에 붙여
통 통 통 뛰고 싶은데
누구도 부르지 않아
목을 길게 빼어
하늘에다 기도해요
노랗게 뜬 내 얼굴을
엄마는 알 거예요
밑창 터진 허공이라
디딜 곳이 없어요
다섯 송이 저들끼리
스크럼 짜고 있어요
달빛 줄 꼬아 엮으면
단단히 잡을 거에요
♧ 봄은 또 덧나 - 홍경희
설레다 상상하다 저 혼자 헛물켠 봄
기대 없이 꽃은 피고 약속 없이 꽃은 지고
울음은 환한 날에도 수액처럼 차올라
아이들 노란 미소 등 뒤로 스쳐갈 때
미안하다 그 말에도 머리채를 잡히듯
중심을 잃어버린 바람 온몸을 훑고 간다
누가 투망질로 저 울음을 거둬올까
돋을새김 흉터 에도 트실트실 움튼 싹
허공에 보고 싶단 말 손톱으로 쓰고 있다
※시집 『봄날이 어랑어랑 오기는 하나요』 (걷는사람, 2020) 수록
*계간 『제주작가』 2024 가을호(통권86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