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애월문학' 2024 제15호의 시(3)
김창집1
2024. 11. 28. 00:02
♧ 목숨 - 김태호
시신을 다루는 데는
문장이 아니라 느낌이 필요하다
웃으면서 스르르 잠이 든 그녀는
얼마나 행복할까
몸과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날면서도
그것을 느끼고 있을까
하지만 추억은 이 땅의 것이니
기억에서 벗어 두고 갔겠지
한오백년 살자는데
백 년도 못살고 간다
♧ 고향의 7월 - 김충림
뜨거운 햇볕
불화살처럼 쏟아지는
7월의 한낮
미루나무 등치에 달라붙어 겨루는
매미들 노랫소리 소낙비처럼 쏟아져
더운 바람 식혀주고
골랑챙이 맹꽁이도 뒤질세라 장단 맞추고
나무 그늘에 누운 누렁이 밭갈쉐
졸린 눈 껌뻑이며 되새김질 게으르고
긴 꼬리 휘둘리어 쉐ᄑᆞ리 다울리고
길 건너편 질 진밭에
갈중이 갈적삼에 패랭이 쓴 어머니와 누이는
조 검질 서너 벌씩 매느라 허리 펼 새 없었지
산그림자 어둠을 몰아오면
마당에 쑥불 피워 놓고
평상 위엔 조촐한 저녁 밥상
보리밥에 풋고추와 들깻잎 들나물 푸성귀
오이 된장 냉국에
잘 익은 자리 젓갈이 고소했네
명석 펴고 드러누우면
호박꽃 웃음 짓는 초가지붕 위로
반딧불이 춤추는 듯 숨바꼭질 바쁘고
하늘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을 헤아리던
먼 고향의 7월이 그리워라
* 애월문학회 刊 『涯月文學』 2024년 제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