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애월문학' 2024 제15호의 시(3)

김창집1 2024. 11. 28. 00:02

 

 

목숨 - 김태호

 

 

시신을 다루는 데는

문장이 아니라 느낌이 필요하다

웃으면서 스르르 잠이 든 그녀는

얼마나 행복할까

몸과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날면서도

그것을 느끼고 있을까

하지만 추억은 이 땅의 것이니

기억에서 벗어 두고 갔겠지

한오백년 살자는데

백 년도 못살고 간다

 

 


 

고향의 7- 김충림

 

 

뜨거운 햇볕

불화살처럼 쏟아지는

7월의 한낮

 

미루나무 등치에 달라붙어 겨루는

매미들 노랫소리 소낙비처럼 쏟아져

더운 바람 식혀주고

골랑챙이 맹꽁이도 뒤질세라 장단 맞추고

 

나무 그늘에 누운 누렁이 밭갈쉐

졸린 눈 껌뻑이며 되새김질 게으르고

긴 꼬리 휘둘리어 쉐ᄑᆞ리 다울리고

 

길 건너편 질 진밭에

갈중이 갈적삼에 패랭이 쓴 어머니와 누이는

조 검질 서너 벌씩 매느라 허리 펼 새 없었지

 

산그림자 어둠을 몰아오면

마당에 쑥불 피워 놓고

평상 위엔 조촐한 저녁 밥상

 

보리밥에 풋고추와 들깻잎 들나물 푸성귀

오이 된장 냉국에

잘 익은 자리 젓갈이 고소했네

 

명석 펴고 드러누우면

호박꽃 웃음 짓는 초가지붕 위로

반딧불이 춤추는 듯 숨바꼭질 바쁘고

하늘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을 헤아리던

먼 고향의 7월이 그리워라

 

 

                          * 애월문학회 涯月文學2024년 제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