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애월문학' 2024 제15의 시조(7)
김창집1
2025. 1. 8. 00:01
♧ 한라산 치유의 숲 – 김윤숙
오래도록 편백나무 숲 바람 몰고 오는 이
등짐 가득 부리는 어느 별 어는 비밀을,
평상은 놓지 않는 이승 서로 섞는 찌든 땀내
♧ 파쇄 – 문순자
전정 끝난 감귤밭에 위풍당당 점령군처럼
귀먹먹 파쇄기 소리 봄날을 관통한다
타타탓 타타탓탓탓 네 탓이다 지목하듯
♧ 그리움은 빗물처럼 – 장승심
마른 땅 한두 방울
적시기 시작한 비
어느새 뜨락 꽃들
잎새 위로 모이더니
수굿이
품었던 속내
말이 없이 떨구네
그리움이 이렇더라
나 모르게 스미더라
처음엔 몰랐는데,
바람처럼 스쳤는데
다가와
눌러앉더라
날이 가면 갈수록
♧ 11월의 숲 – 장영춘
어느새 텅 비워낸 어리목 산정길엔
치열했던 시간을 하나둘 지워가며
휑하니 나무 밑둥에 햇살 한 줌 비취는
‘낙엽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려놓는 거다’
바람 속 스쳐 가는 문구 하나 떠올리며
예전에 닫아걸었던 움켜쥔 손 펴보네
*애월문학회 간 『涯月文學』 2024(제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