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대정현문학 2024 제9호의 문학(1)

김창집1 2025. 1. 17. 00:02

 

 

    [작가 초대석]

 

휘영청, 달밤 오종문

 

 

누리 휘영청 밝은 이 달밤이 너무 좋다

비롯해 발돋움하고 무르익고 머무르는

단정한 은빛 공기에 섞이는 게 참 좋다

 

탕진한 사랑 얘기 펼쳐 놓은 어린 우주

별말 없이 따뜻하고 별스럽게 아름다운

총망히 옮겨 적는 말 애잔하다 안쓰럽다

 

뭉툭한 허물 앞에 서게 하는 것은 뭘까

심장에 수혈되는 휘영청 몽유 달빛

꽃구름 하늘 궁전에 백일홍도 젖겠다

 

사는 게 혀의 감옥에 덜컥 갇힐지라도

그냥 눈물 핑 도는, 그리하여 슬퍼진 길

고요 속 풀벌레 소리 중력을 관통한다

 

 


 

, 랩소디처럼 서숙희

 

 

엄마, 지금 막 사람을 죽였어요*

누구처럼 햇빛이 눈부셔서는 아니에요

잘못 낀 첫 단추처럼 첫 문장이 어긋났어요

끝낸다는 건 방아쇠를 당기는 거였어요

소리는 명쾌하게 전말을 관통했어요

끝끝내 발설 못한 배후도 평온히 잠들었어요

 

무덤처럼 튼튼한 테이블을 놓을 거예요

새하얀 식탁보를 반듯하게 거기 깔고

날마다 흰 구름밥을 짓고 또 지을 거예요

몇 날과 며칠을 구름밥을 먹고 먹어도

뭉게뭉게 돌덩이 같은 슬픔이 자란다면

천천히 그냥 슬프도록, 그냥 둘 거예요 엄마

 

---

* Mama, just killed a man,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회원 뜨락]

 

 

살다 보니 강창유

 

 

어우렁 더우렁 살다 보니

인생 삶의 꿈이 하늘 찾아 가는 날

노래 부른다

인생 끝자락이여

 

 


 

감정을 리셋하다 김영옥

 

 

단톡방 댓글 한 마니

송곳으로 파고 든다

 

쏟아 부은 열정이

통증으로 되돌아올 때

앞뒤 생략하고

감정의 리셋 버튼을 먼저

누른다는 그녀

 

속마음 활짝 열며

가까이 다가간다는 건

쉽게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

잠시 소통을 줄이며

넘치는 인맥의 군살을 뺀다

 

꾹꾹 눌러 쪽 짜낸

튜브 치약처럼, 가끔은

감정을 정리한다

 

 


 

꽃을 보는 너도 꽃이다 김진율

 

 

그것을 가까이서

거울 보듯 보려하고

끗을 가까이서

임 보듯 보려하고

 

히야 꽃이다

모두가 꽃이다,

 

너는 희망의 꽃

너는 행운의 꽃

너는 미소꽃

너는 향기꽃

 

정원에 백합은

네 미소로 피어나고

담 옆에 분꽃은

네 향기로 피어나고

길 가던 나그네

꽃이 되어 쉬다 간다

 

히야 꽃이다

모두가 꽃이다,

 

바라보면 너도 꽃이다.

 

 

                 *대정현문학회 간 대정현 문학(2024, 통권 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