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에서(6)
김창집1
2023. 11. 4. 00:49
♧ 중도 4
집착도 내려놓고
분별도 내려놓고
고행의 길이거나 향락의 길이거나
절대로
치우치지 말라
무소의 뿔처럼 가라
♧ 중도 5
좌우를 거느리고
순리의 길을 따라
천둥 벼락 쳐도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자유의 깃발을 들고
멈춤 없이 가는 것
♧ 알작지* 몽돌
그래
산다는 건
채이고 부딪는 것
울퉁불퉁
모난 삶을
눈물의 땀방울로
빚어낸
둥글고 단단한
까만 사리 반짝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찾아
썰․밀물
오갈 때마다
오욕을 닦아내는
몽돌들
차르르 차르르
노랫소리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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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내도동 바닷가
♧ 간수를 빼다
서해안 소금밭에 소곤대던 파도 소리
담고 온 포대 하나 창고에 자릴 잡고
3년간 면벽수행 중 섬 하나가 솟는다
쌓인 번뇌 망상 다 녹아 빠지는 날
한 소식消息 들으리라 내 몸을 살려주는
천일염, 사리알 같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 참새가 웃다
5월의
장미 향기
드나드는 선술집
몇 년 만에 소주잔 주고받다가
“형님, 요샌 뭘 허멍 살암수과?*” “작년 해난 거”
“게난** 작년엔 뭘 헙디과?” “그냥 노는 거”
돌담 위
엿듣던 참새들
짹짹 까르르 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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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〇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 (동학사,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