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애월문학' 2024 제25호의 시(10)

김창집1 2025. 2. 10. 00:01

 

 

마타도어 - 김태호

 

 

그놈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거나

인두겁을 쓴 짐승이라

얼마나 힘이 세고 교활한지

공중에 맴도는 검은 이야기에

생목숨을 걸고

땅으로, 땅바닥으로 끌어내리지만,

날개가 달린 이야기는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여

썩은 냄새 풀풀 나는

제 고향 자리로 되돌아가려 한다

 

 

*노르웨이 스볼베르(프라하는 바다 없음)

 

 

마음 하나 김현신

 

 

보고 싶다 쓰고 나면

눈물이 나

창밖 하늘 보니

멀리 석양빛에 반짝이는

비행기

 

누구일까

기다리는 그 사람

그 사람도 그랬을 거야

보고 싶다

썼다 지우기를

 

만나면 지웠다가

헤어지는 순간부터

써 내려가는 그리움

한달음에 떴다 지는

프라하 그 겨울 해안가

 

 


 

바닷가 추억 문정수

 

 

바당은 늘 봐도 ᄆᆞ심이 노고록ᄒᆞ다

중ᄒᆞᆨ교 다닐 ᄉᆞ시

여름 뒈어가민

어명이랑 애월바당에 강

구젱기랑 보말은 봉가오곡

ᄆᆞᆷ이랑 톳이랑 메역은 비어당

이녁 집이서 먹을 건 ᄒᆞ여낫다

 

요샌 해경이엥 ᄒᆞ연

ᄌᆞᆷ녀 아닌 사름은 바당에

들어가지도 못ᄒᆞ곡

몰르게 바당에 강 메역이랑 ᄒᆞ민

ᄆᆞᆫ딱 압수당ᄒᆞ곡 욕먹곡

구젱기랑 메역이랑은

바당에 씨뿌령 농시 ᄒᆞ난

경 ᄒᆞᆯ 수밖엔

 

경해도 바당만 베려봐도

ᄆᆞ음이 푸지근 ᄒᆞ곡

노고록ᄒᆞᆫ ᄆᆞ심이 난다

바당ᄀᆞᆺ딘 공기도 ᄆᆞᆰ곡 ᄇᆞ름도 쎄난

코로나도 얼씬 못ᄒᆞ는 거 닮구나

난 모든 구정물도 다 받아주는

넙곡 짚은 경ᄒᆞᆫ 바당이 좋다.

 


 

(표준어)

 

 

바다는 늘 봐도 마음이 여유롭다

중학교 다닐 때

여름 되어가면

어머니랑 애월바다에 가서

소라랑 고둥은 주워오고

모자반이랑 톳이랑 미역은 베어다가

자기 집에서 먹을 것은 했었다

 

요사인 해경이라 해서

해녀가 아닌 사람은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모르게 바다에 가서 미역을 하면

모두 압수당하고 욕먹고

소라랑 미역이랑

바다에 씨 뿌려서 농사하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바다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여유로운 마음이 난다

바닷가엔 공기도 맑고 바람도 강하니

코로나도 얼씬 못하는 거 닮구나

난 모든 더러운 물도 다 받아주는

넓고 깊은 그런 바다가 좋다.

 

 

 

대답 변성언

 

 

무엇이냐고 묻는다

삶이 한바탕 꿈이 아니면

 

억새밭은 답이 없다

한바탕 쓰러졌다 일어설 뿐

 

 


 

첫눈이 내리는 날 안중관

 

 

첫눈이 내리는 날

어린 시절에 잠긴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자치기 하던

동무들 얼굴이 떠오른다

 

흰 눈이 펄펄 휘날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뒷동산에 올라

산토끼 몰이하던 생각도 난다

 

지난겨울 첫 눈 내리던 날

헤어진 친구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구나

 

소리 없이 내리는

하안 눈송이

삭막한 이 세상

흰 이불이 되어 덮어주네

 

흰 눈이 소복소복 내려

고요한 세상이 되면

내 마음도 마냥 평온해진다

 

 

                          *애월문학회 간 涯月文學2024 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