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2)
♧ 무사는 무사
무사는 질문이면서 한라산 메아리다
물어보듯 무사
대답 대신 무사
놀란 듯 무사
심드렁한 듯 무사
예민한 듯 무사
꾸짖는 듯 무사
따지듯 무사
궁금한 듯 무사
다정한 듯 무사
별거 아니란 듯 무사
알겠다는 듯 무사
어머니는 나를 읽는데 무사 하면 끝난다
♧ 게무로사 별곡
ᄇᆞ름ᄇᆞ름 해도 게무로사 섬 ᄂᆞᆯ아 나크냐
비 비 해도 게무로사 물이 ᄀᆞ만 이시크냐
백날을 ᄀᆞ물어 보라 게무로사 ᄄᆞᆷ 어디 가크냐
공출
간섭
눈독에도
고망고망 지킨 삶
야사도 못 되는 게무로사 한 꼭지 쥐고
아버진 역경의 오지랖을 건너왔다 하셨네
♧ 시집인데
예민함과 까칠함 사이 주워 모은 기역 니은
삼 사 삼 사 꾸러미 지어 첫 시집을 묶었다
어머니 나 시집 나완
무사 무사 아이덜은?
흙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박박 글강글강 호미질
아… 그 집 아니고 책
책? 간 털어질 뻔햇쪄
잘 햇쪄, 책이고 공뷔고
시집 아니난 뒛쪄
♧ 어멍산디 어웍산디
별에 고향을 두고 별을 따라와서는
별의별 일 다 하다가
베라벨 일 다 겪다가
갈바람 부는 쪽으로 머리를 놓는 억새
ᄇᆞ름 위쪽으로 좌정하신 ᄇᆞ름웃또님
ᄇᆞ름 아래쪽으로 좌정하신 ᄇᆞ름알또님
이 한 톨 마른 씨앗을 당신께 바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어머닌지 어웍인지
어웍밭에 구벅구벅 중얼대며 뿌린 눈물
그것도 거름이라고 가을꽃이 피더래요
♧ 아버지의 자리
이 자리 저 자리 해도 바당 자리가 최고라
ᄌᆞᆯ마룽ᄒᆞᆫ 건 바짝 졸영 ᄌᆞ근ᄌᆞ근 씹어 먹곡
중수마룽ᄒᆞᆫ 건 다듬앙 회로 먹곡
훌구마룽ᄒᆞᆫ 건 왕소금 뿌령 구워 먹곡
젓 담앙 새 자리 나도록 ᄂᆞᆯ차 먹곡 밭솥디 치멍 먹곡
이 봄도 자리돔은 나고
당신은 자리에 없고
*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 (한그루,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