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문학' 2023년 제35호의 시(2)
[오승철 추모 특집]
♧ 서귀포 바다
친구여
우리 비록
등 돌려 산다 해도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 서귀포 한 쪽
눈발이 펏들펏들
서귀포 동문로터리
시외버스 끊겼지만 국밥을 말고 보자
택시비 그게 문젠가? ‘비틀’ 길을 메고 간다
2022년 12월 23일 오후 9시 50분
이 길이 십 년 후면 나를 기억해 줄까
변변한 시 한 편 없이 찾아온
서귀포 한 쪽
♧ 그리운 붉바리
파장 무렵 오일장 같은
고향에 와 투표했네
수백 년 팽나무 곁에 함께 늙은 마을회관
더러는 이승을 뜨듯 주섬주섬 돌아서네.
돌아서네 주섬주섬
저 처연한 숨비소리
살짝 번진 치매낀가 어느 해녀 숨비소리
방에서 자맥질하는 그 이마를 짚어보네
작살로 쏜 붉바리 푸들락 도망친다고
팔순 어머닌 자꾸
허공을 겨냥하지만
결국엔 민망해져서 피식 웃을 뿐이지만
어디로 떠났을까
몽고반점 그 고기는
마지막 제의祭儀이듯 물질을 끝냈을 때
한 생애 땟국 같은 일 초경처럼 치른 노을
♧ 남극노인성
우러러 우러르라 장수의 별 뜨는 마을
서울, 평양, 제주시 그 어디도 안중에 없고
서귀포 그리움의 땅 칠십리로 오시는 별
한여름 밤 지배하던 전갈자리 떠난 하늘
불배들 간절한 꿈 하늘 닿아 타오르는
호박꽃 다 졌는데도 반딧불처럼 떠도는 별
아버지 저 바다에서 무슨 꿈 그리는가
할망당에 두 손 모으듯 그 무엇을 빌고 있나
우러러 우러르시라 별의 마을 서귀포
♧ 멩게 차
서귀포 가는 길에
쌍계암에 들렀습니다.
그냥 빌고 싶어
연락 없이 들렀습니다.
몇 방울 싸락눈 흘린
멩게차도 받아 듭니다.
사오월 이 들녘에
멩게 꽃 안 핀다면
그 누가 거린사슴에
기도 한번 바쳐줄까요
빨간 열매에 대고
고백 한번 해 줄까요
* 서귀포문인협회 간 『서귀포 문학』 2023년 통권 3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