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양동림 시집 '여시아문'의 시(6)와 가을꽃

by 김창집1 2023. 9. 25.

*튤립나무

 

 

바둑중학교

    -바둑중학교로 진학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엄마 아빠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래?

빨래는 할 수 있겠니?

가끔은 전화도 할 거지?

부모의 걱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하게 보이는 듯한 자기의 꿈이

세상을 다 감싸 안은 듯

성큼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간 아들아!

꿈꿀 수 있는 그때 즐기거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런 학교도 있냐

공부를 해야지 노는 것만 가르쳐서 되느냐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있지

꿈만 꾸다 현실로 돌아오면 힘들지 않겠느냐?

 

아들아!

이루지 못할 꿈일망정

신나게 꿔보지 않으려느냐?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친구들과

함께 해보지 않으려느냐?

어렵다고 꿈꾸지 않는 그런 삶은 살지 말거라!

 

 

*해오라비난초

 

 

축머리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갈 때

무서운 골목길

외나무다리 길

저 앞에 등불 밝히고 계신 아버지

내가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도라지모싯대

 

 

참을성

 

 

매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님들이 문자가 빗발친다

우리 아이가 참을성이 없어요.”

우리 아이는 주의가 산만해요.”

어머니!

저도요 참을성이 없어서 불의를 보면 뛰쳐나가고요

저도 이곳저곳 들여다보기 좋아해요

바둑은요 참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참을 때와 화낼 때를 알아야 함을 가르칩니다

어머니!

어렸을 적에는

주위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되든 안 되든 해보는 것들을 존중해주세요

산만한 게 아니라 관심이 많은 아이로 봐주세요

 

 

*석곡

 

 

패싸움

 

 

어린 초등학생들이 묻는다

패싸움이 뭐에요?”

음 패싸움이란 말이지

너희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백마고지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웠던 것처럼

자고 나면 주인이 바뀌는 그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우는 거란다

그만큼 그곳이 중요한 자리란 뜻이지!

그 싸움이 전체 승부를 가를 수도 있어

 

 

*풍란

 

 

가일수

 

1

상대의 큰 땅이 보인다

내가 아직 변변치 못한 집에 살고 있지만

저기 보이는 상대의 너른 땅에

작은 집이라도 지어 살면

그와 대등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2

얘들아!

너희 집이 엄청 크면 걱정되는 게 뭐지?

도둑이요!

강도요!

그러면 집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ctv를 달아요

큰 개를 길러요

경비원을 두죠

그래! 바로 그것이 가일수란다

불안감을 없애고 맘 편히 사는 것이 가일수란다

 

 

                            *양동림 시집 如是我聞여시아문(한그루, 2023)에서

 

 

*붉은사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