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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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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시집 '흐린 날의 춤'의 시(10) ♧ 간절기의 말 1 -미련과 집착 사이 햇살이 좋다 싶으면 비바람 들이닥치고보풀 심한 카디건은 어쩐지 믿을 게 못돼있어도 없을 게 뻔한 옷장을 뒤적인다 꼭 다문 어깃장 열고 기억을 더듬는다부푼 몸 인정하지 않는 뻣뻣한 고집오호라, 향기를 잃은 사랑의 말 접혀 있다 얼떨결받아 쓴 말은 흰밥과 같아서오래오래 곱씹으며 푸른 과즙 짜내는, 이제는 버려야 할 때더 이상의 용서는 없어 ♧ 간절기의 말 2 -세밑의 반성 오랫동안 생각 없이 침묵을 일삼았다누군가는 흐린 눈으로 양미간을 접었고꽃잎은 영혼 없는 말에 뿌리를 버렸다 입 안에서만 맴돌던 문장은 텅 비었다비밀번호를 잃어버린 문밖의 바람처럼 박차고 나오지 못한 웅얼거림 그 속내 지금 이 계절에 필요한 건 직설의 화법다음 문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베이.. 2026. 9. 8.
계간 '제주작가' 2026 여름호의 시(완) ♧ 험한 길에서 - 조한일 격랑 이는능선 오를 땐숨차 오름 굽이치고 산꼭대기올라가면벅차오름 솟아나지 흙바람험한 길 가며발로 쓰는 생의 필체 ♧ 갯메꽃 – 한희정 소금기 바람 따라맨발로 주춤주춤 딱지 앉은 말끝에해녀 팔자 얹혀 있고 연분홍 입술 하나가바다 항해 종알종알 ♧ 새들의 시간 - 황규관 어쩌다 공항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면거대한 택시 승강장에 있는 것만 같다금방 떠난 것 같은데 무늬가 다른 비행기가활주로를 다시 달리고, 그 뒤에는 또그보다 작은 비행기가 대기 중이다 그러고 보면 착륙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어떤 비행기는 공중에서 가만히 뜬 채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구름을 벗으며 막 나타난 비행기도 있다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비행기를발명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가을에 까마득히 돌아오던 새.. 2026. 9. 7.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4) ♧ 이팝나무 - 황현중 건강에 좋다고 하여찹쌀에 기장 수수 콩 팥 따위를 섞은 잡곡밥만 먹는다늘 먹다 보면 징하게 질리는 날이 있다눈부시게 하얀 쌀,징하게 쌀밥이 당기는 때가 있다그런 날이면오뉴월 땡볕에 늘어진 고갯길이 가물거린다푸르뎅뎅한 보리밭 너머민둥산,물기 없는 핏빛 노을이 알몸을 태우는 저녁에는외상술에 취한 지겟다리를 두드리는 노래가가뭄에 애 터지는 삿갓배미처럼가슴팍을 쩍쩍 갈라놓는다호롱불 밑에서 구명 난 양말을 꿰매며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잔소리와뒷짐 진 아버지의 허공에서 맴돌던 연초 구름, 그때도 있었겠지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저 쌀나무먹잘 것 없이하얗게 히득거리는 백치의 가난,솥을 걸고 안치면 눈물밖에 남지 않는 ♧ 너를 위한 기도 – 김정옥 안구 건조가 없어지고동맥경화가 없어지고 .. 2026. 9. 5.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의 시(15) ♧ 봄비 그치자 빛이 길을 만든다 바람도 자글자글 가슴을 앓는 고요한 봄날 처음인 듯 피워 올린 속살보다 고운 꽃잎들 바리바리 연두빛을 싣고 오는 봄바람 바람 길은 언제나 하릴없이 온몸으로 가고 있다. ♧ 요요夭夭하다 어느새지다 남은 꽃가벼운 연가처럼다붓다붓 피어나는 이파리들품속으로 숨다. 색색거리며 올라가던 바람잠이 들 듯 내려올 때다시 올라갈 때나무들은 눈 깜빡할 사이색色으로 빛나면서, 영원을 풀어놓아푸른 밤푸른 별푸른 빛, 그리고 푸른 사랑달콤한 거짓말 같다. 오월이면격정도,약속도, 별이 되어나무마다요요하다. ♧ 겨울 솔숲에 서다 고요도 하얗게 얼어붙어 꽝! 소리를 낸다 칼날 위에서 춤을 추거나 죽었거나 비운다는 것이 가득 채운다는 것을 지독한 어둠 속에서 깨닫는 겨울이 간다. ♧ 쥐뿔論 쥐불.. 2026. 9. 4.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8) ♧ 뒤돌아본 길 가던 길을 멈춰서 걸어온 길을 한참 뒤돌아보고온갖 풍상의 흔적들 바람에 날리며한참 생각에 잠겨 봅니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아쉬움들 가슴 설레며지나온 세월 속에 지나온 길이 잘못일지 모르지만이 길을 한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운 인연을 뒤로 한 채 가는 길 끝이보일락 말락한 시간 이제 황혼이 깃드는서쪽 하늘의 허공 속으로 나를 묻힙니다. ♧ 빛과 그림자 어둠이 지퍼를 열면 여명의 빛에서대지의 생명들이 깨고 기쁨을 출산한다 암흑의 비밀도 양파 껍질처럼 한겹 한겹 벗기다 보면다른 얼굴의 우주가 보인다 새벽은 어둠에서 태어나고어둠은 생사의 근원이 되어 빛을 내보낸다 그림자는 빛의 얼굴이며 빛에는 그림자가 같이 하고생명의 근원이며 삶과 희망이 된다. ♧ 내 마음 한 생 깊은 고뇌를 느끼며 살다가남을.. 2026. 9. 3.
김창화 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10) ♧ 만추晩啾의 해국海菊 사위어진 갈색 풀 틈바구니 사이앙증스런 샛노란 미소누가 가꿔주지 않아도좀처럼 시들 수 없는 들꽃의 혼 아른아른 다가오는 국화 향기조용히 번지는순진한 미소는그 옛날 산골소녀다운애틋함이 서려마른 잎 외로운 들녘에호젓한 야성의 근성내 안으로 계절을 비껴가는샛노란 해국이 번져드네. ♧ 저물넠 창가에서 노을이 번지는 유리창엔스쳐지나가는 옛 동무들 세월의 굴렁쇠가 돌고 도는 동안단지 기억으로만 다가오는그중 몇몇은 이미은하 강을 건너간 벗들도 있다. 창밖에선 저물넠 풀벌레 소리가 마치고요 속 번지는애달픈 트롯의 화음처럼 녹아나고 무심코 떠오르는 앳되고 청순한얼굴들은어느새 머리에 은발을 인 채어둠이 스미는 황혼을 낚고 있다. ♧ 정낭, 그 연민 정낭*이 사라진시골 골목길 집문간마다 닫아 건 .. 2026.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