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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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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림 시집 '포구(浦口)'의 시(10) ♧ 난초(蘭草) 산야 모진 바위틈찬 이슬 머금고청초하고 의연히 살아사철 푸르르고 얌전히 뽑아 휘어져 올린청아한 한 줄 잎 새올곧은 기상일러라 간드러지게 휘어 내린나신 같은 잎 새는뭇 사내의 애간장을 태웠네 꽃송이마다 그윽한 향 풍기며그 속을 드러내도서릿발 같은 절개고요히 숨기었네 하여, 예부터고결한 선비 벗이 되어고고히 살아왔지 녹차 한 잔 앞에 놓고창가의 난 분아름다운 생 조용히 음미하며오늘도 시간을 흘려보낸다. ♧ 헛꽃 코로나19에 발이 묶여산행을 삼간 지 삼 년째춘분을 하루 앞둔 휴일가부좌 틀고 의연히 앉은녹고메 오름 오르니머리에 하얗게 센 머리털이 마냥상고대 꽃 피웠네! 휘감아 흐르는 산안개는봄기운 풍기는데간밤에 불쑥 돌아온 꽃샘추위아직 망설이고 서 있네. 오름 동녘 능선 내려상잣 오솔길 숲 그.. 2026. 9. 15.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완) ♧ 사다리 – 문영호 사다리는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 아닙니다한 계단 두 계단오늘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때론 혼자 올라가지만누군가는 조용히 붙잡아 주기에마음 편히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지요 오르락내리락그 속에서 우리는삶의 무게를 견디고다시 일어서며 나아갑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인생길은 결국잠시 머물다 가는 임시 계단이라는 것을 높이 오를수록 멀리 보이고누군가의 손길 덕에 흔들리지 않습니다함께하는 삶이란서로의 사다리를 지켜주는 것 오늘도 우리는하루라는 시간의 사다리를 타며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은행나무 수령樹齡 - 박동남 집도 절도 없는 바깥에 갇혀하늘과 대지가 부딪히는 불협화음 속하늘이 흘리는 눈물로 몸을 씻는다 피할 길 없는 지구별 그 자리에서모진 담금질을 견디고 .. 2026. 9. 14.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의 시(7) ♧ 가정식 물기가 태어난 곳, 냉장고 속에는간편식 연민이 밀봉돼 있어요물 없이 삼킨 가족이 유지되는 시간껍질을 벗겨낸 토마토처럼 나눠질 수 없는 지문국물을 저을 때는 서로의 약점들이 술렁이고뜨거운 물 몇 방울이 몸에 튀어나를 던진 자리마다 물의 폭력은 투명해지죠불 꺼진 방마다 뿔뿔이 흩어진 안부를 씹어요목에 자꾸 걸리는 말의 체온커갈수록 빼닮는 슬픔이라고뿌리는 그렇게 짙어진다고돌린 등을 펼치면 식탁이 되고펼친 식탁은 기울어진 세계가 되죠맘에도 없는 말은 속도가 붙고엄마와 아빠는 유효기간을 지나쳐 버리고칼집 많은 나는 무른 살점을 깨닫는데파스타는 끊어지고 가족은 질겨져요 ♧ 돌들의 탄성 편을 가르고 우선 규칙을 정합니다위험한 예측은들림없이 주저앉거든요구급차 불안한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고내 취향은 동그란 .. 2026. 9. 13.
허영선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의 시(5) ♧ 절대 그 밤을 모르지 그 밤에 서성거리기만 했어배회하는 어둠 속 어떤 망령이 숨어 있는지뜬눈으로 세운 바다의 가슴으로안개가 몰려와 흔들더니눈동자가 파랗고 큰 먼 나라의 아이들과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이 만나는 거야속삭이지더 기댈 것 없는껍질 벗은 검은 물결아살아만 있으면 출렁이는 거야출렁이며 밀려가고너희는 절대 그 바다를 모르지희고 격한 파도의 날카로운 팔이 얼마나강렬하게 휘저어 오는지 밤새울부짖는 목소리들의 밤이야우리는 절대 그 밤을 모르지만 다만 알지그들이 돌아온다는 것을안개로 물든 검은 대지의 바다는흐느끼는 자들의 소리를 모아 흩뿌리는 거지죽은 줄 알았던 어린 눈동자와 눈동자들이만나는 거지하여 죽은 자들이 전혀새로운 몸으로 돌아온다는 거지 ♧ 실과 바늘을 진 어머니는 밤이면 실과 바늘을 물허벅에.. 2026. 9. 12.
강선종 시집 '바람의 길'의 시(2) ♧ 금산공원 납읍 남쪽 돌무더기 동산태고를 간직한아름다운 난대림 군락지는마을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먼 옛날척박한 돌산에 심은 나무들이모진 광풍에 맞서 무너지지 않으려서로 의지하여고난의 세월을 견뎌왔기에고목들의 군상은마을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 유년 시절의 학습 터송석대와 인상정은그 자리에 변함없건만이곳에서 자란 인걸들이세상을 이끄는 주인공이 되었네. 아- 금산추억만을 먹고살기엔 아쉬움이 가득하다다시 찾은 오늘의 금산은세월을 덧입힌 나잇살을 자랑하며긴 팔 벌려 그늘의 품 안에나를 맞이한다 ♧ 애월에 가면 애월에 가면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파도가 몰고 온 물거품 사이로반짝이는 은빛 거울 속엔보고 싶은 얼굴들이 아롱거립니다 애월 앞바다엔시를 품은 달이 떠오릅니다.그리움에 사무친 바다의 몸부.. 2026. 9. 11.
박흥순 시집 '토끼는 발걸음을 세지 않는다'의 시(8) ♧ 노지 상추와 하우스 상추의 노래 나는 들판의 숨결로 빚어졌다.햇살은 칼날처럼 내리꽂히고,바람은 휘파람을 불며 내 뼈를 깎았다.비는 기억의 잎새마다 스며들어잠든 뿌리를 깨웠다. 흙은 거친 혀로 속삭였지.말들은 뿌리 깊숙이 박혀침묵이 되었다.검붉은 살결은 낮과 밤사이진실의 흉터로 굳었다. 씹히는 순간,쓴맛이 혀끝을 찌른다.입안에 남은 건 세월의 각인-흙냄새, 바람의 손톱자국,대지의 신음 같은 정직한 맛. 넌 유리 상자 속 온실 꽃.빛은 재단되고,바람은 필터링 되었다.비는 공기 중에 흩어져네 푸른 혈관은 마른 강처럼 흘렀다. 우린 같은 씨앗이었으나다른 흙을 움켜졌다.네 위로의 향기, 내 쓴 진실-모두 부서진 빛의 파편.입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을씹히며 녹아든다. ♧ 호미곶의 일출 태고의 숨결이 수평선을 .. 2026.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