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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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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택 시집 '항해 일지航海日誌'의 시(1) ♧ 시인의 말 새삼스럽게, 같은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거나, 다른 이들이 바라보지 않는 대상을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시인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집에 실을 시들을 정리하는 동안 내내. 2026년 가을 김병택 ♧ 이른 봄날 구름이 흩어지기 전, 나비들이빨간 꽃망울.. 2026. 10. 30.
김원욱 시집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의 시(4) ♧ 빗방울 톡, 톡, 누구신가요 움막 입구가 소란스러운데 술 한잔 걸쳤는지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창 안은 왜 이리 꿉꿉한가요 식탁엔 햄버그스테이크 한 접시, 와인도 한 잔 며칠 쫄쫄 굶었을 몽달귀도 부르고 고운 할머니도 오실까, 땅꾼을 피해 멀찍이 숨어있는 구렁이도 달래주고 오랜만에 톡톡 누구신지, 공중 문 활짝 열어놓고 ♧ Tonight 사방 길 닫히고 왁왁한 천계를 뚫고 그분이 오시면 직립한 들판 어디선가 시원의 울음 들려올 때 승냥이 눈빛 같기도 한 그녀가 찾아오면 오두막집 쥐구멍 틈새, 속절없이 눈 내리고 할머니 마을로 가는 보이지 않는 길 흰옷 입은 사람들 해거름에 사위듯 꿈틀대는 우주가 온전히 투명 빛깔에 걸려있는 오늘 밤에 ♧ 저물녘 별거 중인 아내가 입원한 후 누추한 정신의 안쪽을.. 2026. 10. 29.
계간 '제주작가' 2026 가을호의 시(2) ♧ 바닷가에서 – 김대용 깊은 골짜기 석양 물든 수평선 흔적이 지워지고자갈 굴리며 파도들 웅성거리는 해 질 무렵나를 기다린다.불현듯 앵커 쇠줄 매듭이 풀리듯 노을 속으로눈물 마르고 가슴 모두 타들어 가는 갈매기 떼이제는 너그럽게 용서하고 부드러운 해초들에 싸여그동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서도 되겠다. 우리가 유영했던 바다 속 계곡 사이동굴에 남아 앉아 있는 색바랜 잠수복 하나 남기고하얗게 말라가는 산호초가 살 버린 뼈를 남기고일정히 바닥을 휘젓는 거대한 물길 따라 부서지고지상에선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성긴 그물에목을 두고 풀려난 은색 멸치 무리가벼워진 꼬리 날개처럼 수평선을 찢고 두려운 것은 침묵뿐만 아니다.그물 올릴 때 서서히 드러나는 투명한 해파리 무리그들에게 파묻혀 가위에 눌리는 꿈날아오르다 .. 2026. 10. 28.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의 시(9) ♧ 이주민 꾸잉은, 그러니까 임대아파트 입주민이자 이주민이다 한때 유행처럼 몸에 들인 흥건한 노동 국경을 넘어온 떠도는 신발이다 고기 굽는 냄새 자욱한 골목식당을 그을음으로 전전하는 그녀 소쿠리에 나물을 다듬다가도 딸국질 같은 우리말을 더듬으며 서빙을 한다 머리를 묶은 검은 눈동자가 돌아갈 곳을 잃은 얼룩말을 꺼내 입는다 도심 언저리는 그녀가 입주하지 못한 광활한 세렝게티 뿔, 발톱, 늘어진 갈기를 감추고 유유히 활보하는 사자의 발자국들 속에서 이방인이라는 꼬리는 가지런한 먹이, 야생은 사람들이 펼쳐내는 몸뚱이 그녀의 얼굴이 좀처럼 웃지 않는 줄무늬를 벗고 몸피 불린 하루를 끌고 저문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사파리 오늘도 안녕, 두고온 하늘을 추스르며 흔들리는 빗줄기가 비음 섞인 콧소리를 내며 눈시울.. 2026. 10. 27.
김충림 시집 '포구(浦口)'의 시(12) ♧ 첫사랑 열여덟 첫사랑은풋과일처럼싱그러운 향기를 풍기지. 못보면 애가 타서목이 마르고만나면 할 말 없어목이 마르니, 지겹게 투정 부리고늘 들뜬 마음은숨길 줄도 모르네! 그래서 열여덟 첫사랑은철모르는 아이 같은순진한 사랑. ♧ 산유화 고내봉 솔숲하안 눈 수북이 내린보광사 오솔길 산새 발자국꽃가지 그려놓고,노루 가족 발자국꽃송이 피위냈네. 나뭇가지 사이로아침 햇살 그림자 드리우고흐르는 산바람에꽃송이가 흔들리네. 오름 오르는나그네 눈동자에어리는 웃음꽃. ♧ 장독대 고요한 마당 한편에둥글게 앉은 장독들,햇살을 담고 달빛을 머금어세월의 맛을 익혀 간다. 봄이면 바람 따라새싹의 향기를 품고여름이면 장맛비와 함께풍요로운 맛을 더하며가을엔 들녘의 횡금빛과 어우러져깊은 풍미를 가꾸고겨울엔 눈꽃 속에서도온기를 잃지.. 2026. 10. 26.
허영선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의 시(6) ♧ 어느 재판장이 말하기를 농사짓다 낚싯줄 잡았다가그렇게 갇혔습니까세상에법의 칼날은 때로 무도하여서혹시 부딪힌다면차갑게 돌아서야 합니다하늘에서 몰라볼 수 있을까 염려하지 마세요이미 알아봤을 겁니다연좌제란 어느 법에도 없는해괴한 제도 때문에 이렇게살아왔군요 사람의 기억은 질긴 탯줄 같은 것이어서사슬처럼 이어서 떠난 그들은이미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니 죄 없으니부디 머리 숙이지 마세요부끄러운 일이란 없습니다버디고 버틴 삶이미 서로 부둥켜안고 만났습니다 허니, 바랍니다이젠 울음의 집에서 나오시기를 ♧ 돌이킬 수 없는 반쪽 -수인번호 7246 김경인에게* 월평마을 '수경 쌀 상회' 앞녹나무 늘어진 늙은 올레엔수인번호 7246 숫자가 떠돈다한밤에도 죽순처럼 올라오는진초록 양하 돌담 아래웅크린 숫자흙바람벽 숭숭 오.. 2026.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