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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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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집 콩트집 '우영팟' 출간 기념 북토크 제주작가회의(회장 강봉수)는 오랜 시간 제주어를 기반으로 치열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김창집 소설가와 함께하는 북토크를 오는 7일 오후 4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북토크는 소설가 김창집이 최근 발간한 제주어 콩트집 ‘우영팟’(한그루 출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해학과 눈물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우영팟’은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말의 날것’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집이다. 이번 행사는 제주어의 문학적 형상화와 언어 보전을 위해 분투해 온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토크에서는 35년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서 표준어를 가르쳤던 작가가 누구보다 앞장서 제주어 보전 활동에 뛰어든 이유를 직접 듣는다. 나아가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 2026. 6. 7.
양동림 시집 '거울상 이성질체'의 시(9) ♧ 빈자일등貧者一燈 4 -산불 추운 봄이었다 산이 뜨겁게 불타고 집마저 불붙어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뛰어나온 봄이었다 마음은 더욱 추운 봄이었다 눈 내리는 봄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밭을 잃고 일터를 잃은 봄 나누어줄 주머니가 없어 더욱 슬픈 봄이었다 ♧ 빈자일등貧者一燈 5 -화해의 탑 바람 불면 바람 맞고 비 오면 비 맞으며 강정에서 성산에서 평화를 위해 외치다 백발이 되고 힘센 이들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고 어깨 걸어 같이 목책이 되고 폭력에는 목석이 되어 항거하는 주민들과 같이 고락을 나누는 신부님의 모습이 잠든 이들을 지키는 동자석처럼 우두커니 서서 바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화해의 탑으로 오버랩된 황사평이 노을에 물들어가고.. 2026. 6. 6.
김섬 지음 '오막오막'의 시(11) ♧ ᄆᆞ멀칼국 꿩코 놓아봅디가 오라방덜 저슬방학 자파리엇주예 어떵ᄒᆞ당 눈 어둑은 꿩이라도 ᄒᆞ나 걸어진 날은 고팡에 곱져둔 ᄆᆞ멀ᄀᆞ루를 앗아내는 거라마시 ᄆᆞ멀ᄀᆞ루는 뒈게 ᄆᆞᆯ아도 ᄆᆞᆯ랑ᄒᆞ주마는 꿩 딸린 물에 놈삐 썰어놩 폭 끌리민 씹지 안ᄒᆞ여도 꿀딱 ᄉᆞᆷ져지주예 이 싀상 맛이 아닌 거ᄀᆞ튼 그 맛이 기리왕 나 이제도록도 ᄎᆞᆽ아댕겸수다 웃드르 벗네 집의서 웃음차데기ᄒᆞ멍 들러앚앙 먹어난 그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할망 손심엉 먹으레 뎅겨난 동네 맛집 ᄆᆞ멀칼국도 기립곡 ♣ 메밀칼국수 꿩 덫 놓아보셨나요 오라버님들 겨울방학 소일거리였지요 어쩌다 눈 먼 꿩이라도 하나 걸린 날은 광에 숨겨둔 메밀가루를 내오는 거예요 메밀가루는 되직하게 반죽해도 말랑하.. 2026. 6. 5.
홍경희 시집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의 시(9) ♧ 뒤가 생기는 자리 관심을 간섭으로 듣는 당신 쳐 놓은 금을 건드릴 때마다 숨이 막혔어 궁금함에 중얼거리는 소리조차 견디기 힘들었지 가만히 두려는 습관은 녹슨 못처럼 박혀 서서히 벽을 쌓아 올렸어 간섭을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당신 틀어진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지만 심기를 살피며 꽃을 피우려 가끔 거짓말도 했지 참아 내려는 힘과 차라리 속 편히 하라는 속삭임은 같은 숨결 속에서도 서로 섞이지 않았어 두 가지 색이 뚜렷하게 번지는 그림처럼 서로 스쳐 갈 뿐 머물지 않았어 침묵만이 맴돌았지 마치 오래된 시계의 초침이 비껴가는 것처럼 결국, 성격 차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서로를 놓쳐 버렸어 ♧ 산책하는 사이 저수지를 향해 걷던 초행길 모퉁이 집.. 2026. 6. 4.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의 시(10) ♧ 이태원 공화국 그날 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은 어디 가서 자고 있는지 공무원도 어느 곳을 산책 중이었는지 순진한 발자국만 골목마다 물밀듯이 모여들고 무정부시 해방구 해밀턴로 159엔 젊은 열정만 파도쳤다 풍랑 심한 밤바다 사공 한 사람 보이지 않고 거센 폭풍만 절벽을 때리고 있었다 일순 밀리고 떼밀리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나가넘어지고 쓰러지고 나뒤쳐지고 엎어지고 나둥그러지고 자빠지고 고꾸라지고 채이고 치이고 꺼꾸러지고 밟히고 넘어박히고 깔리고 나가떨어지고 눌리고 덮이고 “사람이 죽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절망의 세상에서 미쳐 피어보지도 못하고 낙화, 낙화, 죄없는 슬픈 꽃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이.. 2026. 6. 3.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3) ♧ 장엄한 축제 봄이 되면 온갖 만물이 소생하고 시작과 새로움 설레임과 화려함 속에 봄의 전령사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여름은 녹음으로 생명의 극지를 뽐내며 정겨운 매미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고 열대야와 태풍이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생명의 결실을 함께 노래하고 억새와 갈대밭에서는 으악새 우는 소리와 단풍으로 이별을 연상시키는 계절이다 겨울 새하얀 설원의 풍경을 만끽하고 눈길에 낭만과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끼는 생명들의 수줍어하는 계절이다. ♧ 내일은 어떤 날일까? 세월을 품고 가는 구름 떼 아래로 오색 단풍 진 산이 황홀히 다가오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시간 속으로 저물어가는 노을에 오늘을 묻힌다 과거는 얻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고 미래는 약속을 거절한 채 믿을.. 2026.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