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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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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자 시집 '섬에선 모든 길들이 바다의 목줄이다'의 시(4) ♧ 소금쟁이 몰입이 무섭네요각 잡힌 스텝 보세요 달리 쟁이겠습니까만조력자가 있네요 그대의 그림자가 늘물밑을 괴고 있네요 ♧ 꽃무릇 꽃술 잔뜩 꽂아뽄 부린 뽄새며 잘 빠진 대궁에한껏 높인 굽이며 저러다 저대로 져야 할무릇, 그맘알기에 ♧ 투영 웅덩이 흙탕물이든 폐수장 똥물이든 물은 어느 한쪽 기울어지는 법 없으니 하늘은 늘 스스로를 비춰 거울을 삼는 것이다 ♧ 입 오일장됫박 쌀 팔아남은 이문으로 새끼 앞앞 풀어 놓은에기 머리통만 한 수박 어머니붉은 하루를소리 없이파먹었다 ♧ 내 고향 초사흘 달은 -소꿉동무 순화 한 입만,한 입만,한 입 남은 가생이 굿판 끝난돌레떡줄 듯 말 듯 하다가 뒤돌아침 발라놓고뱅삭 웃던심방똘* ---*딸의 제주어. ♧ 솜이불을 쐬다 팔랑,나비 한 마리꽃의 본능을 깨운 걸까 반나절.. 2026. 10. 7.
김충림 시집 '포구(浦口)'의 시(11) ♧ 호박꽃 외가댁초가삼간 지붕 위노란 꽃등들 매달아 놓았다. 뜨거운 햇살 찾아올라환히 등불 흔들며나비도 날아와 춤추게 하고독침 품은 벌들도품어 안았다. 밤이 오면별들과 도란도란밤새 속삭이고,아침이 오면부른 꿈 소망 가득둥글게 둥글게매달고 온다. ♧ 억새꽃 한라산 기슭가을바람에백록담 정상을 향하여부르짖는 사랑의 연가 가슴을 풀어헤지고가을빛 찬란한 들판과시월의 푸른 하늘을 우러러봄여름을 치열하게 살아온절정의 오케스트라 멀리 바다와 하늘이 손을 잡고갯내음 풍기는 해원을 향해한없이 밀려오는 파도는하얀 깃발을 휘두르고 초록 별빛이 쏟아지는 밤서늘한 달빛 아래 물결치며밤이면 서늘한 달빛과하얀 손수건을 조용히 흔드는억새꽃 그 사랑의 부르짖음 ♧ 봄날에는 봄날에는햇살처럼따스한 사람만나고 싶다. 봄날에는꽃처럼환한 웃음 .. 2026. 10. 6.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의 시(8) ♧ 내담자 꺼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가르던 칼자국이 네 몸에 새겨진단다 칼집 속은 캄캄한 동굴, 속내를 알 수 없이 불안한 자세를 고쳐 앉고 들키지 않으려 감정을 만져 보지만 단칼에 자를 수 없는 용서처럼 벨 수 없는 눈물 녹슬고 무더져 어느 절망에도 이르지 못한 채 칼끝을 겨누지만 그건 남을 찌르기도 하지만 힘겨움도 잘라내는 고독과 고립의 양날이란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라는데 저는 날아올라도 뼈를 묻지는 않을 거예요 누군가 나를 저 칼집에서 꺼내지만 않는다면 ♧ 꽃의 궁리 붉은 핏자국만 남기고, 이 육신 다 떨어지면 잠깐의 만발(滿發), 나를 피해 가게 나를 비껴가게 차라리 비틀거리는 짐승을 살아갈걸 아찔하게, 저기 얇은 이파리를 두고 살과 피 사이가 멀어진다 살갗에 박힌 한 순간.. 2026. 10. 5.
허영선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6) ♧ 어떤 증언 -홍춘호 어느 강 칩이 남자 아기는하르방 손 심고 가다가신도 없이 가다가바짝 얼어서 죽어버렸어딸은 봉덕불 피워놓고죽은 것 위에 솜으로 싸고 살아났어미오름 꼭대기 오르면거기 가면 굴 있는지 몰라호미로 판 굴 안은 붉은 송이 살살 내리니깐겨울에도 춥지 않았어봄 나도록 살았어따뜻했어 계엄령만 해제되라 해제되라 기다렸어계엄령이 뭔지 모를 때아홉 살 우리 오래빈 윤 오월 죽고아버진 팔월에 죽었어어머닌 물애기 안고얼기설기 돌 억새로 바람 막아 집 지었어눈이 오면 눈이 살살 살살안으로 들어오는 거야생각하니 눈의 눈물인지어머니의 눈물인지어머니 우는 것 한 번도 본 적 없어서어디서도 눈물 없어서 문도 하나 없는 그곳에서 그리 살았어별놈의 팔자 그런데내 명대로 산 거야 ♧ 양 할머니의 활주로 들림없이 여.. 2026. 10. 4.
강선종 시집 '바람의 길'의 시(3) ♧ 임플란트 옥수수가한뼘한뼘키재기를 하더니높이 자란 꼭대기 위에수꽃이 매달려있다. 수꽃은가슴에 달라붙어꼼짝 못하는 암꽃과사랑하고 싶었으나머리와 가슴 사이 거리가 멀다. 이때봄바람이 지나가며 속닥거리자수꽃은 암꽃의 머리 위에꽃씨를 떨군다.바람의 응원에 신난 수꽃연이어 꽃씨를 떨궈가며 봄날을 즐긴다. 옥수수의 밀애는잇몸에 이빨 심기하나둘 심다 보니입안 가득 봉긋하게 차올랐다 ♧ 오늘 내게 준 선물오늘은내가 살아가야 할 날 중에가장 젊은 날이기에촌음을 아끼며 오래 머물 수 있게붙잡고 싶다. 오늘은내가 하는 일로 해서주변에 온기가 퍼지도록최선을 다하여열정을 쏟고 싶다 오늘은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좋은 추억 만들면서인간미가 물씬 풍기는긴 여운을 남길넉넉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 차귀도 바람과 파도의 향연은혹독하리만큼.. 2026. 10. 3.
박흥순 시집 '토끼는 발걸음을 세지 않는다'의 시(9) ♧ 흰 옷을 입고 먼동을 찾아간다 도시의 저녁 나는 흰 셔츠 한 장 걸치고 걷는다.누군가는 그것을 값싼 평상복이라 부르지만,나에겐 치열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갑옷이자 맹세다.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인도 위에서나는 잊히지 않으려 애쓰는 이름 없는 한 사람의 병졸이다. 세상은 흔히 우리를 '암울한 세대'라 부른다.새벽 편의점 알바, 닫힌 기회, 지워지는 꿈.억울하단 꼬리표가 더 익숙해질 만도 하다.그러나 내 안에 아직 꺼지지 않는 불씨는,어떤 낱말보다 오래 살아남아 나를 붙든다. 두주먹 불끈쥐고 소리치는 대신,침묵 속에서 이를 악문다.기회의 문마다 서늘히 닫히는 소리,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한숨 소리가내 심장의 고동을 더 세차게 한다. 나는 안다.희망은 구호가 아니라 버팀이다.남은 돈으로 오늘을 연명.. 2026.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