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전체 글1093

강은미 시집 '흐린 날의 춤'의 시(12) ♧ 사랑의 일 어머니 다리에는 동굴 서너 개가 파였어요지금쯤 동굴의 입을 열면 사리 몇 개나올지도 몰라요사리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다리에서 나오는 거래요 요ᄉᆞᆺ설 때부터 조팟디서 몽그라진 다린디이제두룩 ᄌᆞᆫ디크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틀니를 빼서 입을 닫아버려요동굴에서 빠져나온 바닷물이썰물 밀물 왔다 간 자리에뼈마디가 우둑우둑 생겨나죠 조 ᄇᆞᆯ릴 땐가?조코구리 ᄐᆞᆮ을 땐가머리 끄스럼쪄머리 끄스렁 햄쪄 머리가 아프다며다리를 동여매는 이유는 뭘까요? 아직 발견되지 못한 지네가어머니의 다리를 지나가나 봐요밤낮을 잊어가는 그녀의 귓가에는정자야 라고 부르는 외마디가자울락자울락 넘어진대요 조 ᄇᆞᆯ릴 땐가?조코구리 ᄐᆞᆮ을 땐가 휘파람 소리 같은 기억은자꾸 흩어지고 있어요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며.. 2026. 10. 23.
박흥순 시집 '토끼는 발걸음을 세지 않는다'의 시(10) ♧ 장도리 나는 불꽃 속에서 태어났다.화로에 풀무질로 쇳덩이를 넣고 달구면,시꺼먼 쇳덩어리는 시뻘건 불의 기운을 먹고,다시 태어난다.머리통은 묵직한 쇠뭉치꼬리는 사막 전갈의 이빨이다. 쇠뭉치로 가차 없이 내리질 때,벽에 박히면 무덤이 되고 허공에 흩어지면꽃잎처럼 스러진다.세상 무서울 것 없는 나는 절대자. 나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그 사람의 허리춤에 매달린 채.손길이 뻗는 순간 망설임 없이 내리쳐,뚝-딱- 깊숙이 꿈쩍 못하게 박는다.제자리 잘못 간 못은 전갈의 이빨이 날카롭게 튀어나와기세 좋게 뽑아내니 그 힘 앞에선 누구도 버티지 못한다. 첫 번째 못질은 소나무의 껍질을 가르며과거의 옹이를 파헤쳤다.'이것이 진실이다'두 번째 못질은 대나무의 마디를 꿰뚫어허리를 꺾어놓았다.'이것이 정의다’ 그러나 진실.. 2026. 10. 22.
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20) ♧ 하늘로 여행 어디든 밖으로 떠나고 싶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고 있었다 색깔이 없는 흑백의 세상 팅 빈 가슴을 끌고 가는 깊고도 하얀 세상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산과 바다와 계곡과 지평선들 구차한 세상을 떠나 웅장한 도시들과 자연의 환상들 지구를 떠나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무욕의 하늘나라 여행이다 일장춘몽이라 하던가. 하늘 항해 끝없이 솟구쳐 오르는 저 신비의 여행길은 풍선처럼 부풀어 신비의 생성과 소멸 기점과 종점역이다 그곳은 내가 본 하늘나라 내 영혼이 살던 고향이었지 하얀 구름 속에서 신에게 경배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아침 마감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 속 내가 살던 지상의 고향을 찾아온다. ♧ 영등할망 -제주 바다의 수호신 음력 2월 초하루 밀물 때 제주특별자치.. 2026. 10. 21.
월간 '우리詩' 10월호의 시(1) ♧ 아침 기도 1 – 정지원 밤새워 내린 눈 속 파묻힌 별을 밟고찬바람 키로 재며 돛으로써 모은 손언 땅 위 여명 번져와눈물처럼 동튼다 눈사람 닮은 자태 밤새워 선 그 자린세상의 모진 풍파 스르르 잠재우고이 새벽 다 품어 안고그지없이 깊어라 깊고 깊은 어둠 걷혀 봄날로 피어날 때가슴속 맺힌 멍울 소리 없이 녹아내려온 누리 닿은 햇살이눈부시게 흐르네 ♧ 잠든 슈크림과 녹차를 늙고 싶지 않아늙지 않을래늙어도 좋아늙는 게 뭐 어때서 숱한 생명 키워내느라 숨 가쁜 갯벌이할머니 주름 베낀 건 나도 안다겹겹층층 위로하던 강철 하늘은양털 구름 세다 머리가 하얗게 셌다 어디로 늙었는지 내 모습 내가 몰라삐걱거리지 않는 것만도 천만만 다행이다늙는다는 건 삭고 낡아가는 게 아니라포근하게 제 가치를 높이는 일 산이 둥글어.. 2026. 10. 20.
고정국 단시조 '꽃은 제 형상보다 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8) ♧ 안개꽃 둘을 불러 모아도 하나가 되지 못한 하나만 따로 앉혀도 하나가 되지 못한 우리는 소수점 이하 그런 사랑이었어 ♧ 개망초 ‘망초'*도 모자라서’개망초'란 이름이네 한일합방 망한 나라 그 강산에 찾아들어 참말로 개 같은 세월…우리 함께울었지 ---*1910년 한일합방이 되던 해에 외국에서 수입돼온 농산물에 이 씨앗이 섞여 들어오면서 국토 대표적인 야생화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 제주 민들레 성난 꽃은 바다에 피어 섬 항해 침을 뱉는다 역풍 몰고 내 창변에 와붓 꺾고 죽으라 한다 한라산 멱살을 잡고이 등신아잠 깨라 한다 ♧ 술패랭이꽃 술기운 아니고서야어찌 속내를 저만큼 열까 개판인 세상에선꽃들조차 낮술이라는 그 곱던 얼굴마담의혀가자꾸 꼬인다 ♧ 민들레로 내리시어 앉은뱅이 들꽃 위에들새 똥.. 2026. 10. 19.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완) ♧ 베르사유 정원 태양太陽왕,앙상레짐의 절대권위가 잠긴 하얀 대리석 궁전은은하게 다가오는 불후의 예술품들거울의 방에서 생각해보는피 끓는 민중의 저항과 대혁명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잔디와 관목으로 정형화된 정원,봄 햇살이 정원 바닥에다3각형, 5각형 6각형-제각각의 그림자를 작도作圖해내고.피타고라스 기하학이명암 따라 흔들린다. 촘촘한 관목 사이 카메라 셔터소리,민중들 대혁명의 함성처럼실바람에 아련히 들리는 듯지난 시간을 들여다보는 이방異邦의 역사.민중과 혁명,예술과 사상,자유와 평등---천부적 근원들이 궁중의 푸른 정원 안을센강의 물결처럼 격랑 지며 흐르고 있다. ♧ 진주남강과 논개 촉석루 난간에 기대서서푸르른 남강 물에내 안의 영상을 띄우네, 어둠의 고비에서 감당했던역사.. 2026.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