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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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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희 시집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의 시(2) (순비기꽃) ♧ 어머니의 은반지 푸른 들녘과 길게 펼쳐진 조간대를 낀터진목은 성산일출봉을 감싸 안은 치마 이모를 엄마로 알고 살아온 세월 동안나는 동북아의 바다를 훔치며짧게는 거제도로 길게는 일본으로 칭다오로심지어 블라디보스토크의 찬 바다까지 바깥 물질을 나가는 동안아기는 누구의 등에 잠을 맡겼을까 지속된 학살은중산간의 억새와 해안가 순비기꽃 아래 묻혀 급작스런 부름에어머니, 짧은 원정의 끝은 결국 나였는지 하루에도 수만 번 모래의 표정을 살피는 물살발밑 어딘가에 묻어 있는 선량한 피를간신히 닦고 어르며 어떤 날 파도는급히 목수건에 싸인 나를 안겨 받던동네 삼촌처럼 다급했네 지독히 먼바다를 치고 나갔어도어머니 내음 한번 건진 적 없어바다는 끝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바다 삶과 죽음 사이에 드리워진검정 치.. 2026. 10. 9.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3) ♧ 커피 – 김정원 아침이면 여인이 주는 블랙커피입 안 가득 은은한 향기가 맴돈다 향기는 에덴동산 가운데 열매나비가 꽃을 비껴가지 못하듯달달한 믹스커피가 나를 붙잡는다 곧장 마시면 입 안에 찐득한 후회갱엿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바이러스 휴지통에 공이 된 파지실패한 시 같은 모닝커피 ♧ 곯은 사과 – 김종옥 밤비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는,오래된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는,축축하고 벌레 먹은 당신의 웃음소리내 발밑에서고요한 꽃잎이지는 파도처럼 잦아들 때꽃송이들이 열린 후 닫히는 그때피 맛을 아는 나무는 열매를 맺습니다아마 뿌리에는 죽은 내가 누워 있을 것입니다열매 표면에도 벌건 늪이 깊어집니다당신의 미소에 보조개로 깊게 파일그 환한 노을은 언제나당신의 웃음 뒤편에서 질 것입니다 상한 열매가 더 달콤합니다 ♧ 충무.. 2026. 10. 8.
이애자 시집 '섬에선 모든 길들이 바다의 목줄이다'의 시(4) ♧ 소금쟁이 몰입이 무섭네요각 잡힌 스텝 보세요 달리 쟁이겠습니까만조력자가 있네요 그대의 그림자가 늘물밑을 괴고 있네요 ♧ 꽃무릇 꽃술 잔뜩 꽂아뽄 부린 뽄새며 잘 빠진 대궁에한껏 높인 굽이며 저러다 저대로 져야 할무릇, 그맘알기에 ♧ 투영 웅덩이 흙탕물이든 폐수장 똥물이든 물은 어느 한쪽 기울어지는 법 없으니 하늘은 늘 스스로를 비춰 거울을 삼는 것이다 ♧ 입 오일장됫박 쌀 팔아남은 이문으로 새끼 앞앞 풀어 놓은에기 머리통만 한 수박 어머니붉은 하루를소리 없이파먹었다 ♧ 내 고향 초사흘 달은 -소꿉동무 순화 한 입만,한 입만,한 입 남은 가생이 굿판 끝난돌레떡줄 듯 말 듯 하다가 뒤돌아침 발라놓고뱅삭 웃던심방똘* ---*딸의 제주어. ♧ 솜이불을 쐬다 팔랑,나비 한 마리꽃의 본능을 깨운 걸까 반나절.. 2026. 10. 7.
김충림 시집 '포구(浦口)'의 시(11) ♧ 호박꽃 외가댁초가삼간 지붕 위노란 꽃등들 매달아 놓았다. 뜨거운 햇살 찾아올라환히 등불 흔들며나비도 날아와 춤추게 하고독침 품은 벌들도품어 안았다. 밤이 오면별들과 도란도란밤새 속삭이고,아침이 오면부른 꿈 소망 가득둥글게 둥글게매달고 온다. ♧ 억새꽃 한라산 기슭가을바람에백록담 정상을 향하여부르짖는 사랑의 연가 가슴을 풀어헤지고가을빛 찬란한 들판과시월의 푸른 하늘을 우러러봄여름을 치열하게 살아온절정의 오케스트라 멀리 바다와 하늘이 손을 잡고갯내음 풍기는 해원을 향해한없이 밀려오는 파도는하얀 깃발을 휘두르고 초록 별빛이 쏟아지는 밤서늘한 달빛 아래 물결치며밤이면 서늘한 달빛과하얀 손수건을 조용히 흔드는억새꽃 그 사랑의 부르짖음 ♧ 봄날에는 봄날에는햇살처럼따스한 사람만나고 싶다. 봄날에는꽃처럼환한 웃음 .. 2026. 10. 6.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의 시(8) ♧ 내담자 꺼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가르던 칼자국이 네 몸에 새겨진단다 칼집 속은 캄캄한 동굴, 속내를 알 수 없이 불안한 자세를 고쳐 앉고 들키지 않으려 감정을 만져 보지만 단칼에 자를 수 없는 용서처럼 벨 수 없는 눈물 녹슬고 무더져 어느 절망에도 이르지 못한 채 칼끝을 겨누지만 그건 남을 찌르기도 하지만 힘겨움도 잘라내는 고독과 고립의 양날이란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라는데 저는 날아올라도 뼈를 묻지는 않을 거예요 누군가 나를 저 칼집에서 꺼내지만 않는다면 ♧ 꽃의 궁리 붉은 핏자국만 남기고, 이 육신 다 떨어지면 잠깐의 만발(滿發), 나를 피해 가게 나를 비껴가게 차라리 비틀거리는 짐승을 살아갈걸 아찔하게, 저기 얇은 이파리를 두고 살과 피 사이가 멀어진다 살갗에 박힌 한 순간.. 2026. 10. 5.
허영선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6) ♧ 어떤 증언 -홍춘호 어느 강 칩이 남자 아기는하르방 손 심고 가다가신도 없이 가다가바짝 얼어서 죽어버렸어딸은 봉덕불 피워놓고죽은 것 위에 솜으로 싸고 살아났어미오름 꼭대기 오르면거기 가면 굴 있는지 몰라호미로 판 굴 안은 붉은 송이 살살 내리니깐겨울에도 춥지 않았어봄 나도록 살았어따뜻했어 계엄령만 해제되라 해제되라 기다렸어계엄령이 뭔지 모를 때아홉 살 우리 오래빈 윤 오월 죽고아버진 팔월에 죽었어어머닌 물애기 안고얼기설기 돌 억새로 바람 막아 집 지었어눈이 오면 눈이 살살 살살안으로 들어오는 거야생각하니 눈의 눈물인지어머니의 눈물인지어머니 우는 것 한 번도 본 적 없어서어디서도 눈물 없어서 문도 하나 없는 그곳에서 그리 살았어별놈의 팔자 그런데내 명대로 산 거야 ♧ 양 할머니의 활주로 들림없이 여.. 2026.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