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68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19) ♧ 고향 생각 유년 가난의 고통 속에 설움 많은 고향에는 친구들이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오던 날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고 떠났던 고향이지만 나이가 쌓일수록 고향을 향해 한참을 머뭇거리며 유년의 잔상을 찾아 나선다 여기 와서야 내 젊은 시절이 있고 지금은 다 흩어져 살고 있지만 한 식구들이 보이고 그리움을 찾아 필름처럼 스쳐 지나는 기억을 더듬노라면 까닭 없이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녁노을 지는 시간이면 초가삼간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시야를 덮는 고향 저녁 풍경 보이는 곳마다 유년의 아픔과 슬픔과 즐거움이 있다 내 삶의 여정에 진한 그리움들이 넉넉하게 채워져 참새의 가슴처럼 오그라드는 심장을 뛰게 한다. ♧ 나목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 자리허물의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알몸으로 .. 2026. 9. 28.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11) ♧ 귤림당橘林堂에서 보는 똑, 똑, 똑, 바둑돌 놓는 소리지방유수와 함께 앉아즐기는 목사의 망중한 어느 가을햇살 조요한 날사방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귤밭의 흐르는 바람 탄샛노란 귤들이 저마다 내뿜는그윽한 향기가 코끝으로 번지고 어쩌면 삶의 모든 긴장을 다 거둔신선노름과도 같은 한가로움의 시간 우주가 주는 자연에 몸담아일상으로 시달린 마음을다섯 평의 귤림당* 공간에서 달래네, ---*귤림당 : 제주목관아 복원 건물. ♧ 산지등대 제주해에서 저 먼 태평양까지수평선 따라 이어진 뱃길사라봉 기슭서부터등댓불이 닿는 곳은 어디까지일까 먼 바다로 번지는 온화한 빛은시작부터 꺼지는 그 시간까지머무는 곳의 조용한 안내인 듯부디 잘 지나가라는 손짓인 듯 끝없이 반복된다. 갈매기도 잠든 밤 안식처를 향한저 먼 바다로부터 .. 2026. 9. 27. 고정국 단시조집 '꽃은 제 형상보다 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7) ♧ 붓꽃 세 차례 시집을 내도독자들은 침묵했다 네 번째도 등을 돌린 이 땅 풀꽃이 야속도 하여 붓 대신 무릎을 꺾고꽃 앞에서울었다 ♧ 별꽃 꽃에다 '임‘자를 당겨“꽃님”하고 부르는 순간 와락 가슴을 열며 “시인님!"하고 안기는 꽃 즉흥시 삼천 송이가하늘 가득피었지 ♧ 동백꽃 꽃은 제 형상보다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 인종忍從에 덜 삭은 피가 낙화 송이에 살아나듯 떠날 때 귀천歸天을 붉힐만종소리도품고 있다 ♧ 달맞이꽃 짝사랑 체험한 자는꽃의 눈물을 안다더라 별 없는 밤하늘에 비날씨를 예감하고 달 없는 언덕에 올라꾸역꾸역울었을 ♧ 들찔레 피는 뜻은 지금쯤 어느 미망인 눈물 한참을 달래고 민통선 넘어 땅 끝 연변에도 가 피었을 꽃 너와 나 노숙의 산하엔 흰 꽃 진창 피느니 ♧ 겨울 삘기꽃 간절한 촛불 .. 2026. 9. 26. 모두가 하나 되는 뜻깊은 한가위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요? 자기편이 아니면 비아냥거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가 난무하며위아래 할 것 없이 반말에다 양보의 미덕은 하나도 없이상대를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서려는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영영 하나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사람들아시안 게임 메달 앞에선 하나가 될까요? 그것만 해도 어디냐고 하는데,옛날 같진 못해도 추석이 오늘 남았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던 이웃사촌결혼하는 거, 아이 낳는 거 마음대로라 하는 세상에어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이 통할까요?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다른 사람들이야 죽이 되든 말든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조용히 되새겨보며,이웃을 보살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 2026. 9. 25.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완) ♧ 가을비 가을비 오는 날은맘이 먼저 젖는다재채기에도 깜짝 놀란감나무 아래 서면후두둑가을이 진다그리움도 함께 진다 문 열고고교장! 하며찾아온 일고 동창두 손엔 막걸리 두 병비닐봉지도 젖어 있다시간을삼키는 거다노가리 씹는 거다 ♧ 가을장마 철모르고 날뛰는 게 어디 인간뿐이랴입추 지났다고 우쭐대며 내리는 비 감나무여름을 잊고잎 하나뚝떨어진다 ♧ 가을과 겨울 사이 늦가을 단풍 아래선재채기도 하지 말아아직도가을이라고부끄려 서 있는데겨울이성큼 왔다고사르르르다 벗잖아 ♧ 겨울비 입춘 지나 종일 내려다 젖은 아침에는감나무도 감기 들었나재채기 소리 들린다우듬지끝에 맺힌 콧물얼 듯 말 듯 서성이고 봄일까 겨울일까그래도 땅에 스며그 새 못 참은 매화벌써 아, 벙글었다뿌리는저리 젖어도시간은 젖지 않는다 ♧ 청소 청소는.. 2026. 9. 24. 이철수 시집 '아버지의 나무'의 시(3) ♧ 다시 살다 아버지는 스스로 굴리고 가던 하루가지구 헛돌며 멈추는 걸 바라본다다발성 골수종, 혈액암에 일부라는데항암치료 받아야 하는 병이라니아버지의 시선은 어두운 방 안에홀로 누워 있는 자신만 보인다무수한 다른 병은 모르겠는데암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크게 다가오나보다자신의 무게도 줄여달라 하소연하는못다 한 가지치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기력 없는 몸에 달라붙은 아픔에스르르 번지는 시뻘건 죽음의 독독의 역할은 내 의지가 아닌 하늘의 뜻 금방 죽을 것 같더니 다시 살아지는구나! 신선한 새벽공기가 이마를 스친다자신이 선택한 삶의 무게 견디기로 한다감귤나무의 뒤치다꺼리 말고자신의 걸음 속도에 어울리게서두르지 말고, 적당히산책을 나선다 ♧ 갯녹음 해녀의 숨비소리 스미던 물길성게알은 작은 병 속에저녁 햇살처럼 담.. 2026. 9. 23. 이전 1 2 3 4 ··· 1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