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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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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익 시집 '노을을 붙잡고'의 시(20) ♧ 하늘로 여행 어디든 밖으로 떠나고 싶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고 있었다 색깔이 없는 흑백의 세상 팅 빈 가슴을 끌고 가는 깊고도 하얀 세상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산과 바다와 계곡과 지평선들 구차한 세상을 떠나 웅장한 도시들과 자연의 환상들 지구를 떠나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무욕의 하늘나라 여행이다 일장춘몽이라 하던가. 하늘 항해 끝없이 솟구쳐 오르는 저 신비의 여행길은 풍선처럼 부풀어 신비의 생성과 소멸 기점과 종점역이다 그곳은 내가 본 하늘나라 내 영혼이 살던 고향이었지 하얀 구름 속에서 신에게 경배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아침 마감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 속 내가 살던 지상의 고향을 찾아온다. ♧ 영등할망 -제주 바다의 수호신 음력 2월 초하루 밀물 때 제주특별자치.. 2026. 10. 21.
월간 '우리詩' 10월호의 시(1) ♧ 아침 기도 1 – 정지원 밤새워 내린 눈 속 파묻힌 별을 밟고찬바람 키로 재며 돛으로써 모은 손언 땅 위 여명 번져와눈물처럼 동튼다 눈사람 닮은 자태 밤새워 선 그 자린세상의 모진 풍파 스르르 잠재우고이 새벽 다 품어 안고그지없이 깊어라 깊고 깊은 어둠 걷혀 봄날로 피어날 때가슴속 맺힌 멍울 소리 없이 녹아내려온 누리 닿은 햇살이눈부시게 흐르네 ♧ 잠든 슈크림과 녹차를 늙고 싶지 않아늙지 않을래늙어도 좋아늙는 게 뭐 어때서 숱한 생명 키워내느라 숨 가쁜 갯벌이할머니 주름 베낀 건 나도 안다겹겹층층 위로하던 강철 하늘은양털 구름 세다 머리가 하얗게 셌다 어디로 늙었는지 내 모습 내가 몰라삐걱거리지 않는 것만도 천만만 다행이다늙는다는 건 삭고 낡아가는 게 아니라포근하게 제 가치를 높이는 일 산이 둥글어.. 2026. 10. 20.
고정국 단시조 '꽃은 제 형상보다 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8) ♧ 안개꽃 둘을 불러 모아도 하나가 되지 못한 하나만 따로 앉혀도 하나가 되지 못한 우리는 소수점 이하 그런 사랑이었어 ♧ 개망초 ‘망초'*도 모자라서’개망초'란 이름이네 한일합방 망한 나라 그 강산에 찾아들어 참말로 개 같은 세월…우리 함께울었지 ---*1910년 한일합방이 되던 해에 외국에서 수입돼온 농산물에 이 씨앗이 섞여 들어오면서 국토 대표적인 야생화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 제주 민들레 성난 꽃은 바다에 피어 섬 항해 침을 뱉는다 역풍 몰고 내 창변에 와붓 꺾고 죽으라 한다 한라산 멱살을 잡고이 등신아잠 깨라 한다 ♧ 술패랭이꽃 술기운 아니고서야어찌 속내를 저만큼 열까 개판인 세상에선꽃들조차 낮술이라는 그 곱던 얼굴마담의혀가자꾸 꼬인다 ♧ 민들레로 내리시어 앉은뱅이 들꽃 위에들새 똥.. 2026. 10. 19.
김창화 제5시집 '섬의 아우성'의 시(완) ♧ 베르사유 정원 태양太陽왕,앙상레짐의 절대권위가 잠긴 하얀 대리석 궁전은은하게 다가오는 불후의 예술품들거울의 방에서 생각해보는피 끓는 민중의 저항과 대혁명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잔디와 관목으로 정형화된 정원,봄 햇살이 정원 바닥에다3각형, 5각형 6각형-제각각의 그림자를 작도作圖해내고.피타고라스 기하학이명암 따라 흔들린다. 촘촘한 관목 사이 카메라 셔터소리,민중들 대혁명의 함성처럼실바람에 아련히 들리는 듯지난 시간을 들여다보는 이방異邦의 역사.민중과 혁명,예술과 사상,자유와 평등---천부적 근원들이 궁중의 푸른 정원 안을센강의 물결처럼 격랑 지며 흐르고 있다. ♧ 진주남강과 논개 촉석루 난간에 기대서서푸르른 남강 물에내 안의 영상을 띄우네, 어둠의 고비에서 감당했던역사.. 2026. 10. 18.
계간 '제주작가' 2026년 가을호의 시(1) ♧ 작별하지 않은 소년 – 강덕환 그해 겨울, 궤 속으로 숨어든 사람들덤불을 깔고 덮고 추위를 물리치고벽 틈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나눠 마셨다깜박 잠들었다가 깬 아이의 공포도품속 체온으로 녹였다먹고, 입고, 싸고, 자고모두 함께였다그래서 작별하지 않았다 그해 봄, 상무관으로 달려온 사람들시신을 거두고 양초를 켜냄새를 지우고 염을 도왔다병원 앞 피를 나누는 사람들의 행렬솥을 걸어 주먹밥을 나누는 사이약탈이나 범죄는 발을 못 붙이게지키고, 나누고, 양보하였다그래서 소년이 왔다 ♧ 누가 달의 그림자를 흔드나 – 강동완 엄마의 귓속은 아득한 심해이거나 서늘한 숲이었다 흰수염고래가 눈을 끔벅이며 잠시 잠들다 가는 곳이었다 숲의 정령들이 거대한 고요를 차가운 안개처럼 흩뿌린다 그 차갑고 깊은 동굴 속은 마른 .. 2026. 10. 17.
홍해리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의 시(17) ♧ 곡자曲子 곡자를 아시는가누룩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曲' 字에는 입이 모두 몇 개인지세어 보기도 쉽지 않다누룩이 만드는 음식이 술이다입으로 술술 넘어가니모두들 몸이 부드러위져곡자曲者가 되어 춤을 추고가락을 울리는 가인歌人이 된다유독 술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그래서 가무에 능한 것인가. ♧ 10월 전동차가 휘어진 길을 돌아 역으로 들어온다 풀벌레들이 일제히 철길로 뛰어들고 있다 가을은 그렇게 왔다 또 그렇게 가을은 간다 눈이 큰 허무는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 ♧ 귀향 매화나무에 학이 날아오는 날나는 가리라 학의 등에 올라앉아서편 하늘로 날아가리라 천년을 한가로이그곳에서 떠돌다 매화나무 시드는 날다시 돌아오리라 나는. ♧ 바다 절벽을 빨래판 삼아 바다를 후려치는 바람 하얗게 질려 물꽃을 피우면.. 2026.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