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8

눈 내리는 '사려니 숲길' ♧ 2023년 12월 17일 일요일 눈 새벽녘에 잠에서 깨니 휴대폰에서는 연신 '제주지방 폭설'을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가 이어진다. 오늘은 어느 오름에 가볼까? 어제 밤은 모임에서 송년회 행사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나가기가 심할 정도로 눈보라가 휘날렸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런 날씨에는 밖으로 나가기가 망서려진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과감히 어둑한 바깥으로 나가 바람 불고 차가운 눈보라 속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용감하게 나가 눈이 펄펄 날리는 숲길에서 하얀 눈을 밟고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집안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아주 다른 세상이고 ‘참으로 잘 왔구나’ 하는 생각에 혹, 일 있다고 핑계를 대 놓고선 집안에서 리모컨 갖고 뒹굴고 있을 녀석들이 불.. 2023. 12. 18.
애월읍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7) □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마을 ‘130여 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어음1리는 부면동, 계원동 등 2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감귤과 수박, 양배추, 브로콜리가 많이 재배되는 어음1리는 고지대에 위치한 특성상 타 지역보다 작물을 늦게 수확하고 있습니다. 마을 명소로는 공세미 샘물과 수령이 400년 이상 된 팽나무가 있습니다.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마을 어음1리입니다.’ 마을 홈페이지 첫 번째 나오는 ‘마을소개’다. 마을 명소로 꼽았던 공세미 샘물을 내세워 밭담길 이름을 지은 것을 보면, 제주 중산간 마을에서 샘물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밭담길은 어음1리 사무소를 기점으로 부면동 세거리를 돌아 북쪽으로 본향당, 수용거리 팽나무와 공세미 터, 그리고 금성천을 따라 .. 2023. 12. 9.
한림읍 동명리 '수류천 밭담길'(6) □ 물이 좋기로 이름난 마을 명월(明月)은 예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마을이 번성하여 조선 철종 2년(1861)에 명월리, 상명리, 동명리로 나뉘었다. 이형상 목사의 ‘명월조점(明月操占)’에 명월진성 서쪽으로 ‘수류천촌(水流川村)’이 나타나는데, 이곳 밭담길 이름은 그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서 291번이나 292번 버스를 타고 동명리 정류소에서 내려, 명월성로(1120)를 통해 한림중학교를 지나면 ‘동명리 콩창고(농협창고 옛 건물)’가 나타나는데, 그 앞에 출발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출발하여 황룡사 입구, 명월성지, 명월교차로를 지나 동명5길과 동명7길을 거쳐 한림중앙로로 나왔다가, 동명3길을 통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약 3.3km의 밭담길은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23. 12. 3.
한림읍 귀덕리 '영등할망 밭담길'(5) □ ‘영등할망 밭담길’ 이름의 유래 영등할망은 하늘에서 내려와 해상 안전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바람의 신[風神]’이다. 신화(神話)에 따르면 영등할망은 2월 초하루에 제주도로 들어와 바닷가를 돌면서 해산물의 씨앗을 뿌려 풍요를 주고 농사일까지 보살핀 다음, 2월 15일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2월을 ‘영등달’이라 하여 해신당이 있는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영등할망을 맞아 굿을 벌여 대접하고, 해녀일과 어로(漁撈)의 안전을 기원한다. 신화에는 영등할망이 2월 초하루 귀덕리 복덕개로 들어와 보름날 우도를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등굿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난 뒤, 귀덕1리에서는 2013년부터 복덕개 서쪽에다 터를 잡아 신화공원을 만들고, 여러 신상(神象)들을.. 2023. 11. 27.
성산읍 난산리 '난미밭담길'(4) □ 아직도 가기 힘든 마을 이번 취재를 위해 제주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성산읍 난산리로 가보니, 차편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난산리 가려면 서귀포와 성산을 오가는 295번 버스 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선에서 신풍, 삼달, 신천리를 거쳐 갔다가 그 길로 되돌아오거나, 신양을 거쳐 고성리로 나와 제주시와 성산포를 오가는 버스 편으로 돌아와야 했다. 물론 성산읍 관내를 도는 버스가 있지만 복잡하고 드물다. 이번 표선민속촌으로 가는 번영로를 이용했는데, 대기시간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혹 방문할 일이 있으면 승용차 이용을 권해본다. 난미밭담길이 시작되는 정류소에 내려 복지회관 입구에 나부끼는 ‘제2공항 절대반대’라는 노란 깃발을 보았을 때야, 비로소 이곳이 요즘 한창 뜨거운 마을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2023. 11. 21.
성산읍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3) □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밭담길 버스를 타고 번영로(97번)로 성읍을 지나면 ‘신풍 입구’ 정류소가 나타난다. 터미널에서 약 50분 거리다. 횡단보도를 건너 마을 입구에서 고성환류정류장 가는 722-1번 버스가 있지만 간격이 너무 길어 그냥 걷는다. 칸나와 베르가못 같은 예쁜 꽃이 피어 있기도 하고, 멋진 종려나무가 모여 있는 곳도 있다. ‘어멍아방 밭담길’은 이름도 특이하지만, 코스를 살펴보면 신풍리가 보여주고 싶은 곳을 모두 연결한 길이다. 하긴 마을 구조가 원래 있던 동네를 제외하곤 밭 중간 중간에 집이 하나씩 있거나, 새로 짓기도 하여서 밭만 길게 이어진 곳은 안 보인다. 더구나 천미천이 마을을 따라 흐르는 구조다 보니, 달리 밭담길이라 하여 뚝 떼어내기도 힘들겠다. □ 문인이 많은 동네 얼마.. 2023.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