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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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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2)

by 김창집1 2023. 10. 2.

 

 

바람의 마을

 

 

세화는

바람의 길

 

나무 사이로

도도도

 

하늘 사이로

레레레

 

지붕 위로

미미미

 

하루종일

바람의 화음

 

 

 

 

소리쟁이에게 배워

 

 

소리쟁이는

아프지도 않은가 봐

 

벌레들이 달려들어

제 몸 다 갉아 먹는데도

아무 소리 안 내잖아

 

나는 내 치킨

동생이 조금만 뺏어 먹어도

비명 지르는데

 

소리쟁이는

아깝지도 않은가 봐

 

다른 벌레들이 찾아와

겨우 남은 꽃대 갉아 먹어도

아까워하지 않잖아

 

나는 내 급식에

친구가 조금만 손대도

으앙 울어버리는데

 

 

 

 

방울꽃

 

 

방울벌레 우는

가을이면

 

아무도 안 보이는

숲속 그늘

모여 살아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고 말아

슬프지만

 

바람이 불면

또롱또롱

 

비가 오면

딸랑딸랑

 

좋다고

행복하다고

웃으며 살아요

 

 

 

 

닭은 개보다 새다

 

 

웰시코기 똘똘이

매일 닭에게 진다

 

매일 아침 닭들이

우루루 몰려와선

똘똘이 집 점령한다

 

집도 빼앗기고

밥도 빼앗기고

 

닭들이

넓디넓은 자기네 집 두고

좁디좁은 개집에

둥지 튼 이유

 

알 낳으려고

알 낳으려고

 

 

 

 

배풍등

 

 

다른 꽃들은

예쁘게 피어나

주인공 되려 하고

 

사람들도

특별하게 태어나

일등이 되려 하지

 

하지만 너는 뭐야

 

꽃받침엔

낮은 톱니 달고

꽃잎도 뒤로

젖혀지게 피다니

 

빨강 노랑

열매도

새에게

다 나눠주고 말야

 

 

            *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