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의 말
제주에 살다 보면 알게 되지
태평양도 아프리카도 한갓
손바닥 안인 것을
바닷길도 비단길도
돌담 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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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티라노사우르스
아직 곶자왈은 백악기
붉은 눈을 한 공룡 툭 튀어나와
코로나 바이러스 흡입하고
다시 절멸의 백악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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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짓
기워도 기워도 기웠던 부분에서
꼭 터진다
메워도 메워도 메웠던 구멍에서
꼭 바람 든다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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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꽃
딸아 잊지 마
탐라는 뿌리
제주는 줄기
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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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의 이념
새들이 저희들끼리 토로하다
대나무가 내어 준
확 트인 가을 하늘로 날아갔다
새 떠난 자리 돌똥으로 새겨진 비飛
그들의 푸른 사상
*양순진 디카 시집 『피어나다』 (책과나무, 2023)에서
*사진은 책의 것을 베낀 것이어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