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사소한 것에 연연하다가는 제 명대로 못 산다.
밖으로는 자연재해, 전쟁, 사건사고, 이해타산적 이합집산의 모임이
정말 상상을 초월해 일어나고
안에서도 어수선한 가운데
별의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
이렇게 엉망으로 돌아가다가는
언제면 마음 놓고 조용히 살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 사소함에 대하여 – 김윤현
뻘이 하는 일을 누가 의심하려 드는가
늪이 하는 일을 누가 부정하려 드는가
누가 함부로 한물간 삶이라 하는가
다들 배를 타고 해외로 눈을 돌릴 때
뭇 생명들 키운다고 땀 뻘뻘 흘린 이도 뻘이고
모두가 아니라며 다리를 놓고 건너 갈 때
새들 먼저 날아오게 한 이도 늪이다
더위에 지친 지구의 체온을 낮춰주는 이도 저들이다
뻘은 뻘로 살아가게 가만 두라
늪을 수면 공원으로 길들이지 마라
뻘을 인정하지 않으면 뻘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니
늪이라 업신여기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리니
사소한 것들에게는 사소하지 않음이 있다
알고 보면 너도 나도 다 사소하지 않은가
* 월간 『우리詩』 2023년 9월호(통권 423호)에서
* 사진 : 가을을 향해 익어가는 마가목 열매(9월 11일, 제주대학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