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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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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 조성문의 '몰라, 베스킨라빈스'

by 김창집1 2023. 9. 16.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보도를 들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금은 그 녹는 정도가 다양한 기간단위로 관측되고 있는 바, 1979년부터 2020년까지 41년 동안 연평균 4.8%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얼음면적은 겨울에 늘고 여름에 줄어드는데, 최근 30년 동안의 여름 얼음면적은 13%씩 줄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기 좋다는 제주에도 여름철 열대야가 엄청나게 늘어나 올 여름은 너무 견디기 어려웠다. 물론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12시 가까운 밤에도 너무 더워 선풍기를 켜놓고도 땀이 솟는다. 낮에 거문오름 숲을 걸으면서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저질러 놓은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몰라, 베스킨라빈스 - 조성문

 

 

해지지 않는 그곳,

눈부신 오로라 너머

어쩌면 덩치도 큰 북극곰 사는지 몰라

열대야 불빛이 환한 우리 동네 저 얼음집

 

흰여우 따로 똑같이 젖은 울음 들릴 듯한

입안에 녹아들 거라 서늘히 발림하는 곳

갈 수도 돌아갈 수도

그 어디에도 없는 날

 

길고 긴 마른장마

으스스한 여름 한철

 

무너지는 빙산 절벽 성엣장 둥둥 뜨고

순록 떼 떠날지 몰라, 지구별 잠길지 몰라

 

 

                          *조성문 시집 점등 무렵(고요아침, 201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