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시를 쓰고 읽기에 몰두하는 일은 내 삶의 동력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 땅과 물, 햇빛, 바람地水火風을 화두로 농막을 오가며, 그 동안 발표했던 작품을 묶어 여섯 번째 시조집을 냅니다.
귤나무, 감나무, 비파나무가 오늘따라 더욱 싱그럽습니다.
연담별서에서
오영호
♧ 검질*과의 씨름
손바닥만 한 정원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검질 매던 아내가 허릴 펴다 말고
그 사이 또다시 나왔다고
끝이 없다 투덜댄다
누구는 바람 탓이라고
누구는 새 탓이라고
분분한 공론 끝에 바랭이에게 물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인연 따라 왔단다
비록 흙수저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박토든 벼랑이든 뿌리 깊게 내려
천수만 누릴 수 있다면
두려울 게 뭐 있으랴
개풀이 발버둥 치며 버티는 사이
바람 타고 날아온 개망초 하얀 씨앗
바랭이 떠난 자리에
착지하고 있구나
---
*김(잡초)를 뜻하는 제주어.
*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 2023년 동학사 간(1만3000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