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설 – 이상욱
사람들은
하트를 날려
매일
사랑을 묶는다
사람들은 모른다
하트조차
허리를 죄면
나비가 된다는 걸

♧ 봄에는 – 정순영
봄에는
연두색에 물든
아이들을 따라가면
빨강 노랑 파랑에 물들고
아이들을 따라나선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의 눈동자로
맑디맑은
참 빛을 봅니다

♧ 옵저버Observer
바다새라고 하지 않을게
고유 명사
소금기 배인 눈 보폭을 띄우면
리듬은 휘어지고
발꿈치를 접으면
푸드득 등뼈가 곡예를 한다
갑판에 서서
바람 의지하는 어깨뼈 사이로
견갑골을 오므린다
빠른 아코디언 흠흠 사잇길을 낸다
두 줄 현악
부리 흔드는 은빛 실
시간 여행을 하고
허공의 율동에
파수꾼처럼 기다림처럼
봐이킹이 되었다
찰랑거리는 미역 냄새
높낮이 푸르렀고
물결 채운 여름 바람 곁에서
별리 부른 발자국의 관찰자였다
은비늘 하늘 뜬다

♧ 코다리 – 권순자
매콤한 성질이 좋아
찜해 먹었네
따끔거리는 목구멍
앙칼진 가시에 걸렸나
맘 졸이며 병원에 갔더니
가시는 없다네
상처만 남기고 가버린 가시네
코다리 숨소리 애틋한 자리는 얼얼한데

♧ 장마 – 김기호
물먹은 창호지 같은 계절
창밖 잔소리가
세상을 뭉갠다
지나가는 것들은
저마다 무게로 흐르고
처마 끝 물방울
마침내 떨어진다
지나갈 한 철
창호지에 볕이 스민다

♧ 구름 테라피 – 김나비
우리 함께 손목을 그을까
햇살로부터 몸을 숨겨야 한다는 다짐
침묵이 제삿밥처럼 그득 담긴 방안에서,
방은 용도를 바꿔 오래도록 나를 가두겠지만
역시 나는 세상으로부터 머리카락을 숨겨야겠다는 다짐
곰팡내 피는 아침을 당겨 뒤집어쓰며,
흔들리며 그늘을 짓는 나뭇가지에 대해
계절의 배를 가르며 울부짖는 매미에 대해
햇살을 꺾으며 달아나는 오토바이의 태도에 대해
모두 홀려버리는 쓸쓸한 귀에 대해,
커튼을 열지 않을 것이다
적막에게 노크하며
암흑 속 환한 세상을 걸어가며
악몽 같은 이야기를 하나씩 찍어 먹으며,
오늘에 관해서는 눈에 안대를 감고
검은 입자를 마시기로 하지만
더 깊은 어둠을 파 들어갈 거라는 다짐
구름처럼 아주 천천히
나를 바꾸면서,
*월간 『우리詩』9월호(통권 제45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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