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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원욱 시집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의 시(4)

by 김창집1 2026. 10. 29.

 

♧ 빗방울

 

톡, 톡, 누구신가요

 

움막 입구가 소란스러운데

 

술 한잔 걸쳤는지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창 안은 왜 이리 꿉꿉한가요

 

식탁엔 햄버그스테이크 한 접시, 와인도 한 잔

 

며칠 쫄쫄 굶었을 몽달귀도 부르고

 

고운 할머니도 오실까,

 

땅꾼을 피해 멀찍이 숨어있는 구렁이도 달래주고

 

오랜만에 톡톡

 

누구신지,

 

공중 문 활짝 열어놓고

 

 

♧ Tonight

 

사방 길 닫히고

 

왁왁한 천계를 뚫고 그분이 오시면

 

직립한 들판 어디선가 시원의 울음 들려올 때

 

승냥이 눈빛 같기도 한 그녀가 찾아오면

 

오두막집 쥐구멍 틈새, 속절없이 눈 내리고

 

할머니 마을로 가는 보이지 않는 길

 

흰옷 입은 사람들 해거름에 사위듯

 

꿈틀대는 우주가

 

온전히 투명 빛깔에 걸려있는

 

오늘 밤에

 

 

♧ 저물녘

 

별거 중인 아내가 입원한 후

 

누추한 정신의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쓸모없는 몸을 새하얀 도화지 위에 올려놓고

 

망연히 바라보는 저쪽,

 

홀로 걸어온 햇살과

 

저 빗물과

 

저 어둠까지 죄다

 

서산에 묻히는

 

 

♧ 별에서 온 그녀

 

병실에서 잠시 나온 그녀와 손잡고 별나라 이야기를 하다가

 

깜박이는 기억의 숲으로 걸어갈 때

 

그녀는 자꾸만 하늘로 오르자 하고

 

나는 지상에 단단히 서 있자 하고,

 

하늘은 지상의 밑바닥이란 걸 아무도 모를 거야

 

오랜만에 수줍은 햇살이 자꾸만 기웃거리고

 

눈동자는 먼 나라 소녀처럼 반짝이고

 

 

♧ 지상은 어둑어둑

 

알아, 그대가 하늬바람으로 올 때

어둑어둑 지는 천계의 능선으로 올 때

나는 깊은 꽃밭

첫눈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었다는 걸

알아,

흐린 시간에 기대어

뒤란 동백처럼 흔들리다가

시원의 숲으로 무작정 걸어갈 때

그대, 두 눈 감은 채

빈 몸으로 서 있다는 걸 알아

이 지상

아는 이 모두 떠나고

천지는 어둑어둑

기억의 한쪽은 자꾸만 서산으로 기우는데

 

 

             *김원욱 시집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 (애지, 202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