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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제주시조' 2024 제33호의 시조(5)

by 김창집1 2025. 2. 7.

 

 

서점의 도시계획 조한일

 

 

서점도 구도심과 신도시로 나뉜다

즐겨 찾는 코너는 신축 증축 개발붐 일고

먼지가 쌓인 외곽은 폐허 혹은 철거 중

 

학군 좋은 명당엔 수능교재 도배된다

교통 좋은 입지엔 베스트셀러 자리 잡고

직장인 전망 밝히는 처세술 코넌 만원 중

 

자격증 교재 책장엔 중장년들의 분양 신청

인적 드문 시집 코던 바리케이드 놓였나

한가한 그 동선 따라 번화가로 이동 중

 

 


 

늦꽃 따기 조희

 

 

개체수를 조절하다 딱하고 걸렸다

칠월의 마지막 날 얼룩무늬 그 녀석

꽃잎에 짝다리 짚고 제 것이라 우긴다

 

잘못 핀 꽃은 없어 이 꽃을 그냥 놔둬

엉덩이를 흔들며 벌까지 가세한 오후

하이고 어쩌면 좋아 꽃을 따 아님 마라

 

 


 

초록 경전 한희정

 

 

늙은 귤나무에 새순을 피울 적엔

울 엄니 관절통만큼 밤새 끙끙거렸겠지

수십 년

늘 그렇듯이

파스 한 장 붙인 채

 

서둘러 걷지 못해 하늘만 우러르네

다산多産의 온갖 풍파 고관절이 부러져도

수확기

다 내어주고도

파랑새가 앉았네

 

등 굽은 어머니가 다시 모으는 두 손

모두가 떠난 지금 너른 풍파 고관절이 부러져도

입춘 녘

이파리 아래

어린 울음 듣겠지

 

 


 

아버지 김영숙

 

 

바다로 간 사내의 눈물이 검다는 걸

소리 내 울 수없는 울음은 검다는 걸

바닷가 조용한 마을 여기 와서 알았네

 

가마우지 아내가 저녁밥을 짓는 동안

알 슬어 수척해진 일 톤짜리 한치배가

달맞이 애기달맞이 작은 창을 지켜봐

 

나 죽거든 태운 재 저 섬 앞에 부려다오

베에기 솔라니 저립에서 자리까지

청춘의 뼈를 벼리던 바다 아직 미련 남아

 

공천포 모살판에 검은 눈물 구르는 소리

원래는 바위였을 지귀도 큰 바위였을,

눈물도 돌이 되는 걸 여기 와서 일았네

 

 


 

베릿내 - 김윤숙

 

 

폭포소리 품어 안고

나를 벼랑에 세우네

 

아득히 발끝 아래

거슬러 온 날이여

 

끝까지 맞서서 걷는

쟁쟁한 저 물소리

 

계곡 어디쯤에서

수굿이 잦아들어

 

성천봉 하늘자락

물빛 건져 올리면

 

때맞춰 내리는 별들

고이 받드네

젖은 두 손에

 

 

                   *제주시조시인협회 간 제주시조2024, 3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