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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혜향문학' 2023년 하반기호의 시(2)

by 김창집1 2024. 1. 11.

*주왕산 용추폭포

 

 

            [문인초대석]

 

 

용추폭포

 

 

살다 살다 거침없이

추락하는 도도한 생()

 

떨어져 솟구쳐서 흘러가야 길이 된다

 

눈 뜨고

뛰어내리는

부서져서 더 눈부신

 

 

            [초대작품] - 울산불교 문인협회

 

*수미단(부분)

 

 

수미단, 극락전에 있고 - 도순태

 

 

백흥암 수미단을 보러 갔다

모든 문이 닫혀있었다

 

푸른 고요만 앉은 보화루

반쯤 내려온 그늘 색이 되고 단청이 없다

 

고졸미에 범접할 수 없는,

배롱꽃 수북한 붉음은 멀찌감치 서 있었다

 

초파일과 백중날만 산문 열어

무시로 오면 낭패다

 

팔공산 바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저 담장 안

나의 궁금함이 담을 따라 녹음처럼 출렁거렸다

 

수미단 극락전에 있고

청적(靑赤) 단청 겹겹이 사방 피어나는

 

 

 

 

그 가을, 해인사 서금자

 

 

산천은 응접실을 꾸며 놓았다

하늘을 솔숲에 걸쳐 놓고

떡갈나무 잎 보료를 만들고

햇살조명 프리즘이 가을로 눈부시다

 

해인사 바라기 팔만 장의 잎새들

목탁소리 몸짓으로 경전을 전한다

 

단풍나무 저 붉음은

뻐꾸기 짝 찾다 토해낸 울음이라고

은행나무 저 노랑은

책갈피 연서를 꿈꾸다 밤잠 설친 속앓이라고

안 이 비 설 신의 잠재운 빛이란다

 

견뎌야 화려한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재워야 곡진한 울림이 될 수 있다고

 

그곳 한나절

골미창*이던 마음에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간절한 꽃울림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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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미창 : 좁고 막다른 골목의 안쪽 구석.

 

 

 

 

통도사 가는 길 - 김동관

 

 

굽은 시간 거슬러 소나무 길 걷는다

허공이 깊을수록 바람 소리 적막하다

풍경도 울리지 않는 눈물 마른 사연들

밟고 간 금강계단 난간에 내려놓고

우듬지에 고인 달 산 그림자 따라간다

노승은 녹슨 향로에 푸른 불꽃 사른다

 

 

 

 

수군포* - 이영필

 

 

농촌 글짓기대회 상으로 받은 삽 한 자루

부끄럼 수북하여 대문 삐죽 열었을 때

누런 이 내보이던 당신 술빵처럼 특별했다

 

삽날 끝은 잠잘 때도 땅을 보며 서서 잔다

작은 버석거림 소리에도 귀를 열고

물꼬를 보러 나가던 아버지는 삽이었다

 

삭신이 쑤시도록 나무 심을 땅 파다가

숫돌처럼 굳은 손 쥐고 참 많이 울었을 거다

이 세상 뒤집어엎어서 바꿔놓고 싶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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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포 : 말모이 406페이지.

 

 

              *혜양문학회 간 혜향문학2023년 하반기호(통권제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