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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동백문학회 간 '동백문학' 3의 시(2)

by 김창집1 2024. 1. 13.

 

 

[특집 : 문학이 품은 제주의 맛]

 

 

그 맛, - 김항신

 

 

1.

평화공원 오가다

마주치는 골목

 

이곳에 오면

양로원이 있고 그 앞에

집과

차 한 대

 

창가 머물던 햇살 버무려

바람 한 점 날리던

정오의 시간

 

3년째 기웃대다

커브 돌던

이곳,

노루손이 따다 남은

백고사리 그 쫄깃함에 들어

 

 

2.

동백송이들은

제주의 맛과 문학, 그 치유의 힘’, 슬로건으로

몸과 마음을 살리는

봄의 텃밭에 다다른다

봄맞이 음식

정성 담아 맛있게 낭송하며

정겨움에 물오른 동백은

활짝 영글어 입속으로 들어가는

나물들의 속삭임을 안다

몸과 맘이 하나 되는

우영팟 왈츠,

그 향기와 정성에 취하는 붉은 입술들의 고백,

그 맛

 

 

 

 

콩잎 정미경

 

 

그즈음엔

까만 돌담 밭으로 바람이 드나들죠

유난히 바람이 부지런한 날

단발머리 어린 내가 콩밭 한가운데서

콩잎을 따요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해오던 습성으로

여린 콩잎을 따서

엄지와 검지로 콩잎 줄기를 챙겨 잡지요

콩잎은 세 개

위에 둘 아래 하나

차곡차곡 콩잎이 쌓이고

두 손가락 가득 콩잎이 보채네요

비릿한 향

달큰한 식욕

 

고향 떠나 콩밭 보이지 않아도

까만 돌담 그 바람 스치고

돌 틈새에 보았던 초록

콩잎은

비릿하게 그리운

목마른 식욕

 

 

 

 

[]

 

 

가을 아침 - 강영은

 

 

지평선에 실금이 퍼지는 아침이다

실잠자리가 둥근 알을 낳는 아침이다

곤충의 눈에는 곤충이, 짐승의 눈에는 짐승이

사람의 눈에는 사람이 보이는 아침이다

천사도 악마도 사람으로 돌아가는 아침이다

당신이 보이는 아침이다

 

 

 

 

그물에 걸리는 바람처럼 김미순

 

 

이슥한 시간이어서인가

 

주인 없는 빈 배만

아침을 기다리는데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 한가운데서

물고기 두런거리는 소리

 

설령 내가

길을 잃는다 해도

바람조차 걸린

촘촘한 그물은

 

나의 소재를

이미 알고 있다

 

강물은

오래 입은 단추를 끼우듯

익숙한 길을 따라

거침없이 흐르고

나도 덩달아

그물을 당긴다

 

 

 

 

정신의 그믐 - 김순이

 

 

화려한 것의 이면에는

깊은 슬픔이 있다

향기로운 꽃송이 아래쪽에는

어둠을 뚫고 가는 잔뿌리의 아픔이 있다

즐겁게 노래하는 새의

뼛속은 텅 비어 있다

드러나지 않은 생의 이면이 우리를 만들어간다

갈림길에서 나는 기꺼이 비포장도로를 택하였다

부르튼 발을 앓는 밤마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건너가는 불면不眠

두려운 것은 궁핍이 아니라

기름진 삶이 가져오는 정신의 그믐이었다

높이 날기 위하여 창자를 비우는 새

겨울을 건너가기 위하여

알몸이 되는 나무

그들에게서 나는 배운다

무거운 이 세상 건너는 법을

 

 

               *동백문학회 간 동백이천이십삼년 세 번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