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삼지닥나무 꽃
중심 잡고 갈래 편
봄 촉으로 시를 쓰네
안에서 베어나온
문인의 방 묵향이네
반가상 삼매지경의
미소처럼 환하다
♧ 별도봉 – 김영란
휘파람새가 울었어
바닷가 절벽에서
오래된 슬픔들이
하염없이 서성였지
가슴을 칼로 벤 듯이
이별은 늘 아프지
♧ 수국 궁전 - 김진숙
겹겹이 쌓아 올린 유월의 저 모퉁이
눈물의 건축술은 얼마나 또 위대한가
핏발선 마른하늘에 다녀가신 어머니
어머니 우시는 모습 몰래 본 적 있었다
병정 같은 헛꽃들 지키고 선 아침나절
끝까지 살아생전에 이유를 묻지 못했다
♧ 달 – 이애자
어찌 돌지 않고서야
반복을 극복하랴
패인 데 핥아가며
새살이 돋기까지
열닷새
하루하루가
다 빛나는
날이거늘
*동백문학회 간 『冬柏』 (이천이십삼년, 세 번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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