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14)

by 김창집1 2024. 12. 6.

 

 

동백이라는 물음

 

 

등 떠밀려 뛰어내리는 서러운 절벽 아래

 

동백을 다시 동백으로 건사한 이 땅에서

 

도무지 다시 살아낼 움켜쥔 붉은 손에

 

 


 

통영의 비

 

 

1

 

차르륵

차르륵

철갑을 두른 파도

 

한산섬 바위 곁

뒷모습 그림자에

 

빗줄기

당신의 바다

몰려가고 몰려온다

 

2

 

우체국 계단에서

옛 시인을 만났다

 

오늘은 비, 바람 분다

찢어진 우산 함께 써서

 

행복은 틈새로 흘러

젖는 불도 모른다

 

 


 

칠월의 노래

 

 

연두에서 초록으로 사다리를 놓는다

 

감나무 성근 잎에 치성이던 어머니

 

시인의 다녀간 듯이 릴케를 읽는 정오

 

투박한 손길에도 장미는 피어나고

 

갈옷의 떫음도 살갗에 익숙해져

 

참 질긴 한세상 건너, 여기 다시 오시네

 

 


 

아지트

 

 

   이월 숲이 수상하다 오소소 소름 돋듯 발목 아래 훤히 돋아 눈을 뜨는 불씨들 어느새 정처가 되어 떼로 피는 복수초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