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이라는 물음
등 떠밀려 뛰어내리는 서러운 절벽 아래
동백을 다시 동백으로 건사한 이 땅에서
도무지 다시 살아낼 움켜쥔 붉은 손에
♧ 통영의 비
1
차르륵
차르륵
철갑을 두른 파도
한산섬 바위 곁
뒷모습 그림자에
빗줄기
당신의 바다
몰려가고 몰려온다
2
우체국 계단에서
옛 시인을 만났다
오늘은 비, 바람 분다
찢어진 우산 함께 써서
행복은 틈새로 흘러
젖는 불도 모른다
♧ 칠월의 노래
연두에서 초록으로 사다리를 놓는다
감나무 성근 잎에 치성이던 어머니
시인의 다녀간 듯이 릴케를 읽는 정오
투박한 손길에도 장미는 피어나고
갈옷의 떫음도 살갗에 익숙해져
참 질긴 한세상 건너, 여기 다시 오시네
♧ 아지트
이월 숲이 수상하다 오소소 소름 돋듯 발목 아래 훤히 돋아 눈을 뜨는 불씨들 어느새 정처가 되어 떼로 피는 복수초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가히,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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