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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한라산문학' 제37집의 시(8)

by 김창집1 2025. 3. 24.

 

 

외로움 부정일

 

외로움은 늘 혼자다

 

다 내려놓고 익숙하지 못한 것이

누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이다

 

가출해 돌아오지 않는 강아지처럼

일탈을 생각하는 것도 외로움이다

 

방파제를 때리고 파도가 부서질 때

눈 딱 감고 뛰어내리고픈 생각이

곧 외로움이다

 

뜸들인 외로움이 또 다른 외로움과

만남은 가뭄에 단비 같은 것

 

바라보며 마주 앉은 술병 속에

위로의 추임새가 찰랑거릴 때

 

목구멍으로 털어 넣는 한 잔의 술이

외로움에 대한 처방이다

 

 


 

남생이 연못 김항신

 

41인 청년들 속에

20인의 넋은 흔적도 없어

왜가리 우물에 젖는다

 

남생이들 어디로 갔는지

 

넋 기리는 행렬의 늦은 저녁

갈까마귀 군중회의는 아직도

뭐라는지

 

영웅들에 숨은 이력 그

빛 석양에 들어

오늘을 걷는 3인방 신. . .

 

, 오늘 이곳 오길 잘했네

 

 


 

창밖의 남자 문용진

 

문밖에 한 남자가 서성이고 있다

문을 열까?

손을 문고리에 댔다가

돌아서서 거리로 나섰다

불 꺼진 쇼윈도가 어둠에 흔들린다

그 앞을 지나는 남자의 뒷모습

그림자 되어 어른거린다

모퉁이 희미한 불빛에 홀린 듯

사내가 창문 앞에 서 있다

한 남자가 보인다

취한 모습이 불빛에 익어있다

단호한 입술이 일그러진다

 

 


 

새로운 인식 백용천

 

동사무소에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지문이 틀려 기다리고 있다

인식기로 본인을 증명할 방법이 없네요

두 분은 한 참 살아온 길을 점검하듯

달라진 지문의 경로를 찾고 있다

어르신, 두 분 다,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엄지에 물결이 회오리치는 중,

뭐가 지워졌다는 것이요, 단단헌게, 더 잘만, 보이는디

태풍에 이겨낸 흉터를 내민다

 

 


 

그곳 송인순

 

오가는 이 붙잡지도 않는다

되새김질로 뱉어낸

팔랑못 마를 날이 없이

찾은 이 붙잡는다

 

파도에 젖은 갈매기

섬길 따라 피운 사랑 가득한 곳

소라껍데기 묵언으로 섬을 채울 때

섬지기 등대 떠나는 이 마중한다

 

또 오리라,

약속은 못한다

기다리지도 마라

그래도, 잊지는 마라

 

방랑객의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 남긴 애틋한 그곳

따라 등 돌린 돌담 안에

섬길

눈물 담은 해당화 피운 곳

 

 

          *한라산문학동인회 간 한라산, 보길도를 걷다(2024, 통권 제3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