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편지 – 강태훈
계절의 정취를 느끼는
풀벌레 우는 소리
저만치서 들려오는데
오솔길에서 하늘거리는
수줍은 꽃을 보며
그리운 임을 생각하도다
해바라기 꽃도
일편단심 태양을 향해
열정으로 꽃을 피우고
폭염이 멈추는가 싶더니
성큼 다가선 푸른 하늘
슈퍼문도 휘영청 밝아라.
♧ 봉암사에서 – 고은진
스무 살에 혼자된 여자 볼
色 같은 능소화가 넌출넌출
황토 담장을 넘는
팔십이 넘은 老僧
툇마루 기둥에 기대
동자승처럼 저도 몰래 졸음에 겨운
다 내려놓아
다 가진 자의
뜨겁고도 서늘한
산사의
여름 한낮
좋다
좋다
다 좋다!
念하는 개울은 천년을 재잘대고
佛같은 바위는 만년을 굽어보네.
♧ 가야 하는 길 – 곽경립
가지 않을 수 없으니
떠나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강물이 흘러가듯
이곳은
영원히 머물기가 허락되지 않는 곳
때로는 붙잡지 않아도
머물고 싶을 때가 있지만
우리는 가야만 한다.
강물이 흘러가듯이
♧ 물처럼 바람처럼 – 곽은진
저기 흐르는 시냇물처럼
저 산 위에 부는 바람처럼
굽이굽이 돌 틈을 지나
크고 넓게 흐르고 싶어라
골짜기 넘어 백두대간까지
훨훨 날고 싶어라.
욕심 없고 순수한 그대처럼
물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살고 싶어라
♧ 山寺一過 - 김대규
잎새 부딪기면
풍경이 따라 우네
문틈에 새어드는
유정무정 님이신가
산개구리 떼울음
어찌 내 맘 알았을꼬?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3 하반기호(통권제2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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