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꽃 1 – 정예실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
연화좌(蓮花座)에 받친 임의 자취
연꽃대 올릴 때
꽃과 씨방 함께 올라온 연대(蓮臺)
그 광경
두 눈으로 보면서
무한 자비도 생각했고
아침이슬까지도 거부하는 몸짓
세상사 인연 일순간 다 밝혔네
진구렁에 살아도
고고한 꽃을 내었으니
천상의 이름이어라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잠청(潛聽)의 덕
연꽃에 이는 여름햇살을 받아들였다
♧ 동백꽃 – 강상돈
이제는 낙법도 배워야 사는 세상
팔짱낀 나무 사이 무릎 꿇는 꽃송이들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침묵으로 시위한다
바람소리 온 섬을 휘젓고 가더라도
찰나의 순간마다 목숨 줄 떨어져도
짓 붉게 물드는 노을
쉬 눈감지 못하네
지난날의 일들은 잊어야 하는 법
흥건한 꽃물들이 눈앞에 밟히는데
슬픔을 참았던 동백
가슴 가득 피고 있다
♧ 제주갈옷 – 김대봉
매미
목울대소리
징징 감긴
여름 한낮
팥감낭
풋감 물먹은
무명천 바지적삼이
토속 물 다들었구나,
황토색 제주갈옷
*해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3 하반기(통권제2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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