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너를 읽고 싶다 – 김정숙 편
♧ 공약
사람답게 사는 법 펼쳐 보이겠다며
인가 근처 터 잡은 신출내기 뻐꾸기가
막 익은 보리밭 향해
떡국
떡국
외친다
♧ 직진형 알몸뚱이로
전생에 우리는 어쩜 자매였을 거야
지렁이 굼벵이 달팽이 그리고 숙이
귀 익은 돌림자 이름 여태 함께 쓰면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모습
가을볕 푸짐한 텃밭 얼갈이 옆에 모여
생생한 오체투지로 수다 늘어 놓는다
땅속이나 밖이나 산다는 건 똑같구나
젖은 데 마른 데 가려낼 틈도 없이
직진형 알몸뚱이를 앞으로만 굴리는
♧ 그리움이거나 그을음이거나
나무는 그리움을 그을음이라 쓴다지만
때 되면 초록을 갈아입던 날들을 두고
그리움 먹먹 다져놓은 먹이 될 줄 알았을까
같은 하늘 아래 누웠겠다 피었겠다
여름 지는 하늘가에 그려보는 얼굴이
섬 속에 섬으로 와서 먹물을 쏟아놓고
붉을 수만 없는 노을이 애틋하게 잦아드네
먹구름 휘저어 놓은 송악산 둘레길에
내 친구 내리사랑이 오늘 따라 진하네
♧ 밤하늘
깜깜할 땐 하늘을 본다
깜깜한 눈을 뜨고
깜깜한 세상에
촘촘히 박힌 저 눈빛
저마다
조금씩 다른
별 별 별이
다
곱다
*젊은시조문학회 작품집 『빛이 나는 증거품』(통권 제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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