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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한수풀문학' 2023 제18호의 시(4)

by 김창집1 2024. 2. 29.

 

 

가을이 고성기

 

 

감나무 잎

지는 날

가을이 찾아왔다

슬픈 눈으로 다가와

앙상한 꼬리 흔들었다

가을아

부르고 나서

남은 밥

국말아 줬다

 

목줄을 채우지 않아

배고파도 자유로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네 영혼이 외려 부럽다

가을비

허기진 하루

한 하늘이 젖고 있다

 

 

 

 

나에게 김순덕

 

 

징검다리 쓸리고 수심 모른 수로

백자 사금파리

심체에 뚫린 동공

퇴색한 모발 잘라내듯 침묵 날리고

은은한 찻잔 속에 둥지 틀어

등에 짐 하나씩 떨구며

가을 위에

젖은 나를 널고 싶다

산호초 벗어놓은 모래에 발 묻고

살갗 휘감던 무기물 벗어

 

하늘 냄새에 나를 널어 말리고 싶다

 

 

 

 

알뜨르비행장 김양희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아이와

머리 어깨 허리 엉덩이 없는 파랑새

이래도

우린 괜찮아

바라볼 수 있잖아

 

갈아엎은 활주로 딛고 핀 무꽃무리

전장에 스러져 간 평화를 일으키며

그래도

우린 괜찮아

이 세상에 서 있잖아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2023, 퉁권1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