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 고성기
감나무 잎
뚝
뚝
지는 날
가을이 찾아왔다
슬픈 눈으로 다가와
앙상한 꼬리 흔들었다
가을아
부르고 나서
남은 밥
국말아 줬다
목줄을 채우지 않아
배고파도 자유로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네 영혼이 외려 부럽다
가을비
허기진 하루
한 하늘이 젖고 있다
♧ 나에게 – 김순덕
징검다리 쓸리고 수심 모른 수로
백자 사금파리
심체에 뚫린 동공
퇴색한 모발 잘라내듯 침묵 날리고
은은한 찻잔 속에 둥지 틀어
등에 짐 하나씩 떨구며
가을 위에
젖은 나를 널고 싶다
산호초 벗어놓은 모래에 발 묻고
살갗 휘감던 무기물 벗어
하늘 냄새에 나를 널어 말리고 싶다
♧ 알뜨르비행장 – 김양희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아이와
머리 어깨 허리 엉덩이 없는 파랑새
이래도
우린 괜찮아
바라볼 수 있잖아
갈아엎은 활주로 딛고 핀 무꽃무리
전장에 스러져 간 평화를 일으키며
그래도
우린 괜찮아
이 세상에 서 있잖아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 (2023, 퉁권1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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